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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잠수함 실종 일주일… 산소 고갈 직면

선체 바닷속에 있다면 생존 힘들 듯 / 해수면 표류 땐 식량 한 달은 버텨 / 44명 승조원 구조 가능성 ‘희박’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승조원 44명을 태우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남미 대륙 최남단 우슈아이아를 출발해 마르 델 플라타 해군기지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연락이 끊긴 아르헨티나 잠수함의 구조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22일 A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잠수함 ‘ARA 산후안’호는 선체에 일주일분의 산소만 보유하고 있어 잠수한 지 7∼10일 지난 시점이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고 있다. 승조원 가족들의 고통은 산후안호의 산소량이 이날 치명적 수준으로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극한에 달했다.

만약 산후안호가 해수면에서 표류 중이어서 승강구를 열어둘 수 있다면 산소가 충분한 가운데 예비 식량으로 30일은 더 버틸 수 있다. 엔리케 발비 해군 대변인은 “현재 수색이 진행되고 있는데 잠수함의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면서 “잠수함이 바닷속에 있는 상태라면 오늘부터 산소 고갈이라는 중대한 국면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산후안호는 파타고니아 해안으로부터 400㎞ 떨어진 곳에서 배터리 시스템 고장 등을 알리며 마르 델 플라타 해군기지로 귀환하겠다고 보고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위성전화 수신, 음파 탐지, 섬광과 구명보트의 발견 등 잠수함에서 발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희망의 실마리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것들이 잠수함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을 실망시켰다. 현재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미국, 영국, 칠레, 브라질 등이 지원한 30여 척의 선박과 항공기가 마지막 교신이 이뤄진 해상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며칠간 화창했던 날씨도 23일부터 다시 나빠질 전망이어서 수색 환경도 녹록지 않다.

산후안호에는 아르헨티나 해군 71년 역사상 최초이자 남미 유일의 여성 잠수함 장교로 유명한 엘리아나 마리아 크라우치크(35)가 탑승해 아르헨티나 국민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길이 65m, 폭 7m인 이 잠수함은 독일에서 만들어져 1983년 취항했다. 아르헨티나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3척 중 가장 최신형이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