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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해 계획 범행” 법정도 최고형

“우발적·심신미약” 주장 불인정 / 주범 징역 20년·공범 무기징역형 / 30년씩 전자발찌 부착 명령 내려 / “피고인 반응 너무 무덤덤해 놀라”

8살 여자 초등학생 유괴·살해 사건의 주범인 10대 소녀가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적용되는 법정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공범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22일 열린 초등생 살해·유괴사건 선고공판에서 주범 김모(17)양과 공범 박모(18)양에게 검찰 구형량대로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인 김모(17·왼쪽)양과 공범인 박모(18)양이 각각 지난 3월과 4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재판부는 “김양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잘라내고 시체 운반이 용이하게 정리하는 등 범행을 이행하는 과정과 수단, 이후 태도 등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김양이 학교생활을 할 때 또래와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성격적 측면이지 일상에 별 문제가 없고 현실인지 능력과 지능도 평상 수준”이라면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김양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양과 살인 범행을 공모한 적이 없고 역할극인 줄 알았다”는 박양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범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했고 범행 전후 일련의 정황 등을 살펴보면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주범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녹색 긴팔 수의를 입은 채 나란히 법정에 들어선 피고인들은 서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재판부가 형량을 선고할 때조차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김양은 판사가 양형 이유를 밝힐 때 잠시 손을 비비며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동안 박양은 재판부를 바라보며 미동도 없이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었다.

양형 이유를 듣던 방청객 몇몇은 조용히 휴지로 눈가를 찍어냈고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지미 변호사는 선고 후 “피고인들의 반응이 너무 무덤덤해서 놀랐다”며 “중형이 선고된 만큼 피고인들이 이제라도 죄책감을 느끼고 피해자에게 속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날 선고 결과와 같이 김양에게 징역 20년, 박양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이들에 대해 30년간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양은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자신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 A(8)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양은 김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훼손된 A양의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유인해 살해한 김양은 원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야 하지만 만 19세 미만으로 소년법 적용 대상자라서 형량이 줄었다. 김양은 2000년 10월생이다. 만 18세 미만에게는 사형이나 무기형 대신 최대 징역 15년이 선고되지만 김양의 경우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해 징역 20년이 선고가 가능한 법정최고형이다.

1998년 12월생으로 올해 만 18세인 박양 역시 소년법 적용 대상이나 김양과는 달리 만 18세 미만에 해당하지 않아 사형·무기징역 제외 대상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나이 때문에 주범이 공범보다 더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인천=이돈성 기자 sport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