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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한국 여자야구 미래… 야구학교서 '野好∼'

다시 '희망' 던지는 국가대표 김라경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라경(17·계룡고)은 지난해 9월 부산 기장에서 열린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서 깜짝 주목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오빠 김병근(24·한화)을 따라 글러브를 낀 김라경은 지난 월드컵 당시 20∼30대 언니들 틈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시속 110㎞대 강속구를 뿌리며 역투했다. 여자야구 강국 일본 선수들의 구속이 120㎞대인 점을 감안하면 김라경의 공은 굉장히 빠른 편이다. 프로는 물론 실업팀 하나 없는 한국 여자야구는 지난해 월드컵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6위로 마무리했다.

 

김라경은 대회기간 ‘한국 여자야구의 미래’로 불렸지만 정작 본인은 월드컵이 끝나고 되레 방 안에서 수일 동안 펑펑 울었다고 한다. 지난 9일 경기도 성남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에서 만난 김라경은 “한국에서 여자야구 월드컵을 개최한 만큼 끝나고 여자야구가 발전하는 모습이 있을 줄 알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야구를 내가 정말 왜 해야 하는지 걱정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야구공을 처음 잡을 때는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하지만 고교생이 된 현재 그를 위한 고교야구팀은 없었다. 이 때문에 주말마다 후라여자야구단에서 언니들과 사회인야구를 통해 감각을 이어가지만 기량 향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그에게 페이스북으로 임호균(61) 야구학교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김라경은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자신이 나온 기사를 공유하면서 야구와 공부를 함께하기 힘든 현실을 토로했다. 그 기사 밑에 임 감독이 “야구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책임지겠으니 연락달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 말에 희망을 본 김라경은 지난해 11월 야구학교 개교식에 참석했고 이후 꾸준히 임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성남=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