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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환 ‘돈거래’ 대가성 집중 추궁

검찰, 엘시티 로비의혹 수사 본격화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구속된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으로부터 받은 30억∼50억원대 수표의 성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6일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인 현 전 수석을 다시 불러 조사하면서 수십억원대 금전 거래와 엘시티사업 측면 지원의 대가성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현 전 수석이 “(자해한 손목이) 아프다. 조사 그만 받고 쉬고 싶다”고 요청, 검찰이 이를 수락해 오후 4시쯤 조사를 중단하고 현 전 수석을 구치소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받은 수십억원 수표의 성격을 ‘뇌물’로 보는 반면 현 전 수석은 “지인의 금전거래를 주선했을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 전 수석의 중대한 범죄 혐의가 이 회장과의 ‘30억∼50억대’ 수표 거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관리하는 모 회사 계좌에서 수십억원이 수표로 인출돼 현 전 수석을 거쳐 설모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검찰과 현 전 수석 모두 이견이 없다.

현 전 수석의 지인인 설씨는 부산시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문현국제금융단지 2단계 건축사업의 시행사 대표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끌어들이고 1조78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성사시키는 등 좌초 위기였던 엘시티사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이 회장에게서 수십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부정한 돈을 받는다는 것을 숨기려고 이 회장과 설씨 간 차용과 이를 갚는 금전거래로 위장했고, 일부러 수표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전 수석은 검찰에서 “이 회장과 설씨 간 금전거래를 도왔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래된 거액 수표를 바로 건네지 않고 수개월 동안 보관했다는 점이 의혹을 더하고 있다.

설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조사한 검찰은 설씨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씨는 현재 휴대전화를 정지시키고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이날 현 전 수석이 운영한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 있는 사하경제포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하경제포럼은 현 전 수석이 20대 총선 준비를 위해 2014년 11월 창립한 단체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이 이 단체의 고문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컴퓨터 자료 및 서류 일체를 압수했고, 포럼 관계자 1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한편 이 회장이 지명수배 중이던 지난 10월 이 회장의 아들 이창환(43) 전 FX기어 대표가 ‘코리아 VR(가상현실) 페스티벌’에 부스를 개설했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씨의 부스를 찾아 격려하고 사진촬영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더하고 있다.

이 회장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0·구속)씨와 월 1000만원을 불입하는 고액계를 함께한 계원 사이다. 이 회장이 최씨의 영향력을 토대로 아들의 기업 활동을 돕고 정·관계 로비도 벌였을 가능성이 자연스레 제기되는 대목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