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의지할 데가 없다"… 스스로 '안전' 찾는 시민들 정부 미숙한 대응에 자구책 관심 / '생존물품' 배낭 주문 / 시민들 비상물품 챙기고 안전체험관 찾아 / 지진 알림 애플리케이션 인기… 일부 체험시설 문의도 급증 입력 2016-09-20 17:42:21, 수정 2016-09-20 22: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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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지난 19일 밤 경남 창원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얼마 전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점찍어둔 일명 ‘생존배낭’(재난 발생 시 생존에 필요한 물품이 담긴 배낭)을 주문했다. 이날 이씨는 아파트 10층 베란다 창이 흔들리는 소리에 놀라 곧장 계단으로 내려가 놀이터로 대피했다. 역대 최대 강진이 발생했을 때도 40여분이 지나 시작됐던 주민센터 안내방송은 이번엔 아예 나오지 않았고 긴급재난문자도 받지 못했다.
집 밖에서 3시간여를 보낸 이씨는 “마땅히 의지할 데가 없다는 걸 느꼈다”며 “생존배낭 가격이 10만원을 넘어 만만치 않지만 각자도생해야 할 것 같아 주문했다”고 말했다.
잇따른 지진과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불신을 자초하면서 비상물품과 장비를 갖추거나 지진 대처방안을 몸소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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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보라매안전체험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진체험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20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안전설비·신체보호 제품, 비상식량 등 비상물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품목별로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600% 가까이 급증했다. 헬멧, 안전벨트·로프의 경우 각각 15%, 20% 늘었다. 안전설비로 분류된 가방류가 592%, 파스는 471% 뛰었다.
일본의 지진 알림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다. 영문 지원이 되는 일본의 앱 ‘유레쿠루콜’이 지난 12일 ‘경주 강진’을 한국 기상청보다 더 빨리 알렸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반면 기상청이 운영하는 ‘지진정보알리미’는 “여진 발생 40분 뒤에 알림이 왔다”, “2.0 규모만 오고 정작 4.5 규모 지진은 알려주지도 않는다”는 불만이 이어지며 외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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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보라매안전체험관을 찾은 시민들이 지진체험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전국 안전체험관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 관계자는 “전화 문의가 평소 5∼6건 수준인데 지진 다음날부터 최고 10배까지 늘었다”며 “기존에는 예약과 관련한 질문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떤 체험을 하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체험관은 하루에 240여명까지 재난체험을 할 수 있지만 현재 가족 단위 주말 예약은 11월 말까지 꽉 찬 상태다. 이들 체험관에서는 규모 5.0∼7.0 지진을 체험하고 행동요령을 몸으로 익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진수·김승환 기자 je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