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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장’ 있어 행복하였네

복면가왕 최다 9연승 하현우

‘우리동네 음악대장’(음악대장)이 휘파람을 불며 떠났다.

지난 주말 방송한 MBC ‘미스터리 음악쇼 -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은 새로운 도전자 ‘하면 된다 백수탈출’에게 66대 33으로 패해 가왕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지막 무대에서 그룹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부른 음악대장은 날카로운 샤우팅 대신 고요한 휘파람으로 마무리했다. 이로써 음악대장은 복면가왕 역대 최장 기록인 9연승을 끝으로, 지난 1월부터 지켜온 가왕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직 목소리 하나만으로 140일 동안 시청자와 평가단의 귀를 사로잡은 음악대장의 정체는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35)였다. 

음악대장은 복면을 벗기 전부터 그 존재가 일찌감치 드러나 있었다. 앞서 ‘나는 가수다 시즌2’ 출연 당시 그가 보여준 폭넓은 음역과 성채는 복면 속 정체가 하현우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그의 무대에서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충분히 입증된 그의 실력은 무대에서의 승리를 확신하게 했기 때문이다. 음악대장은 전설의 록가수 김경호를 비롯해 양파, 김태우, 이현우 등 내로라하는 가요계 고수들의 무릎을 꿇렸다.

그는 9승 무대에서는 자신의 강점인 고음부가 없는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선곡했다. 일각에서는 ‘떨어지기 위한 고의적인 선곡’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지막 무대에서도 힘이 빠지는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을 불렀다. 심지어 마지막 선곡의 가사에는 떠날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마무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연예인 평가단의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경쟁에 불리한 선곡에도 하현우만의 음색이 돋보이며 완벽한 무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복면을 벗은 하현우는 “살면서 이런 행복을 또 느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9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 그는 “자주 가는 식당 아주머니가 ‘TV에 좀 나와라’고 한 말이 출연을 결정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하현우가 소속된 국카스텐은 2001년 결성돼 2008년 데뷔한 4인조 록밴드. 하현우가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출연한 ‘나는 가수다 시즌2’에서다. 당시에도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별다른 방송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잠시 잊혀졌다. 그런 그가 ‘복면가왕’에서 ‘걱정 말아요 그대’(전인권), ‘하여가’(서태지와 아이들)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하며 다시 한번 ‘음악대장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복면가왕에서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의 노래를 3곡이나 불렀다. ‘라젠카, 세이브 어스’와 ‘일상으로의 초대’, ‘민물장어의 꿈’ 등 그가 부른 신해철 노래는 유족의 동의를 얻어 음원으로도 출시됐다.

가요계는 당분간 ‘음악대장(하현우) 신드롬’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현우가 이끄는 국카스텐은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음악 마켓 ‘케이팝 나이트아웃’(K-pop Night Out) 쇼케이스에 참석해 현지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오는 11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과 광주, 대구 등 전국 투어 공연에도 나선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