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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린 IS, 거점 리비아로

미군 폭격 피하려 여성대원 모집 / 남자대원과 결혼시켜 가정 구성

“이슬람국가(IS)에 두 딸을 빼앗겼지만 다른 두 명은 지키고 싶어요.”

튀니지인 울파 함루니(여)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했다가 리비아 정부군에 억류된 두 딸 고프란(18)과 라흐마(17)의 사진을 어루만졌다. 두 딸은 IS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테러 혐의를 받고 리비아에 억류돼 있다. 그는 “아이들이 이슬람을 독실하게 믿는 모습을 보고 좋아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IS가 두렵다”고 말했다.

2011년 이전만 해도 함루니 가족의 삶은 여느 평범한 가정과 다를 바 없었다. 두 자매는 모두 록 음악을 좋아했고 라흐마는 기타를 쳤다. 남자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게 취미였고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히잡도 싫어하는 명랑한 소녀들이었다. 하지만 2011년 부모가 이혼하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당시 튀니지는 그해 시작된 ‘아랍의 봄’ 사태로 독재자 벤 알리가 물러나고 권력 공백을 틈타 극단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튀니지 젊은이들에게 “직업을 주겠다”며 접근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방황하던 두 자매는 IS에 가입했다. IS는 10대인 고프란과 라흐마를 리비아로 이주시켜 무장대원과 결혼시켰고, 고프란은 아이까지 가졌다. 두 자매의 남편들은 미군의 폭격으로 숨졌고 이들은 미군 폭격 직후 리비아 정부군에 붙잡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IS가 이라크·시리아에서 수세에 몰리자 새로운 거점 지역을 리비아로 정하고 여성 대원들을 모집해 정착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함루니의 두 딸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 자원자를 받아들여 가정을 꾸리게 하면 미군 등이 쉽게 폭격에 나서지 못하는 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국제전략연구소 바드라 가알로는 “IS에는 튀니지, 수단, 시리아, 모로코, 서유럽 등에서 건너온 1000명의 여성들이 있다”며 “IS는 무아마르 카다피 사망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리비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