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왜 '할머니'들을 선택했나 입력 2016-04-09 21:03:54, 수정 2016-04-09 23:46:48
평균 나이 65세, ‘할미넴’이 떴다. 지난 1일 첫방송 한 jtbc ‘힙합의 민족’에 김영옥, 양희경, 김영임, 이경진, 이용녀, 문희경, 최병주, 염정인 등 8명의 할머니들이 저마다의 랩 실력을 겨루기 위해 나섰다. MC스나이퍼, 피타입, 치타 등 쟁쟁한 힙합 가수들이 이들의 ‘선생님’을 자청했다. 할머니들과 각각 한 명씩 짝을 이뤄 다이아몬드 1캐럿을 목표로 배틀을 벌인다. 랩을 처음 들은 할머니들은 “뭐라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지껄이냐”며 경악하지만 이내 ‘깊이가 느껴진다’, ‘느낌이 좋다’며 리듬에 몸을 맡긴다. 힙합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잇달아 인기를 얻자 할머니들을 이용해 어쭙잖은 웃음을 강요하는 ‘병맛 예능’이 되지 않겠냐는 비판도 있었다. Mnet의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와 같이 랩 배틀 형식을 빌리고, 할머니들을 가르치는 프로듀서들 역시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힙합이 외치는 저항정신을 혈기왕성한 청년이 아닌 인생의 막바지에 접어든 할머니들에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만은 ‘수확’이다. 비록 ‘플로우(flow·랩의 흐름)’, ‘스웩(swag·스스로 잘난 척하거나 으스대는 기분을 표현하는 용어)’, ‘디스(disrepect의 준말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현상)’ 등 힙합 용어는 모르지만 “이런거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면 어때” 라는 80세 최고령 출연자 김영옥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리 사회에서 ‘할머니’가 맡아온 역할도 흥을 돋우는 데 한 몫한다. 어려서는 남자 형제들, 커서는 남편과 자녀들에 치여 한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던 그들이지만 ‘자장자장 우리애기∼’, ‘엄마 손은 약∼손’ 같은 할머니만의 리듬은 시청자를 향수에 젖게 하는 무기다. 이날 방송에서 김영옥은 예지의 ‘미친개’를, 배우 문희경은 프로못지 않은 실력으로 제시의 ‘쎈 언니’를 불렀다. 할머니들의 랩이 다음달 방송 예정인 힙합 예능의 원조 Mnet ‘쇼미더머니 5’와 맞붙었을 때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