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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아직도 설탕에 당하고 계십니까?

설탕이 사람들의 몸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설탕이 많이 든 자장면이나 콜라 등 달콤한 음식에 자꾸 빠져 들어, 영양 불균형은 물론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인데요. 당분이 함유된 음식은 사람의 뇌를 자극해 행복감을 느끼는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초콜릿을 먹은 뒤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때문인데요. 문제는 아이스크림 등의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첨가당은 천연성분이 아닌 영양소는 없고 과하게 섭취할 경우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당이 첨가된 식음료보다는 물을 자주 마시고, 이른바 '설탕덩어리'라 불리는 과일주스 대신 생과일을 먹는 게 낫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직장인 김모(39)씨는 올초 금주를 선언했다. 다만 저녁회식 자리 등에서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사이다와 콜라를 섞어 마신다. 김씨는 "좀 달긴 하지만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평균적으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적정 비율인 '에너지 섭취 적정 비율' 10~20%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당류 섭취,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 ‘高高’

10일 2008~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세 19.3% △3~5세 16.4% △6~11세 13.9% △12~18세 13.0% 등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당류 섭취 비율이 높았다. 과도한 당류 섭취는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월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3년 기준으로 6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비만과 당뇨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는 설탕과의 전쟁에 나섰다. 식품에 당류와 관련한 영양표시를 강화하고, 당류를 줄여도 맛있는 조리법(레시피)을 개발하는 한편 식습관 개선 캠페인을 펼치겠다는 취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제1차 당류저감 종합계획(2016~2020)'을 발표하고, 2020년까지 가공식품(우유 제외)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영양표시 등 당류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현재 음료류·과자류 등 100개 식품유형에 대해 당류의 '1일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영양성분 함유량'을 퍼센티지(%)로 표기하도록 의무화해 소비자들이 당류 섭취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영양표시 의무대상 가공식품을 당류가 많이 포함된 식품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당장 내년에는 시리얼·코코아 가공품을 포함하고 2019년까지 드레싱·소스류, 2022년까지 과일·채소 가공품류에 대해서도 영양 표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탄산음료·캔디류 등 어린이 기호식품 중 당류의 함량이 높은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단계적으로 고열량·저영양 식품임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학교와 학원 주변 식품 판매점에서는 소용량 음료를 우선 판매하도록 유도하고 키즈카페·과학관·수련원 등 이용시설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자제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판매 식품이나 가정·음식점의 식단에서 당류를 줄이기 위해 당류 저감 기술과 식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저칼로리 감미료인 '알룰로스(Allulose)' 같은 당류 대체재를 개발한다.

식약처는 식품별로 당류 저감 목표와 연도별 저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할 계획이다. 당류 섭취가 단맛에 대한 선호, 식습관과 관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럽·탄산음료 줄이기 운동도 전개한다.

영국이 설탕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세계적으로 '단 것과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국내에도 설탕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이 나트륨과 함께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는 가운데 일반 소비자들의 설탕 소비는 감소하고 기능성감미료 시장은 커지고 있다. 당국은 당 줄이기 대책 마련에 나섰고, 식품업계도 저당 제품 개발과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탕 소매시장 규모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링크아즈텍 기준 지난해 설탕의 기업과 소비자(B2C)간 거래 시장은 1439억원 규모로, 2013년 244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29.6% 감소했다. 전년(1735억원)에 비해서도 17.1% 줄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들의 설탕 구매는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기업간 거래를 포함한 전체 설탕시장 규모는 큰 변화가 없다.

◆전세계적인 ‘단 것과의 전쟁’…한국은?

업계에 따르면 전체 설탕시장은 생산량 기준 약 90만톤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설탕시장에서 B2C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하다. 가정에서의 설탕 소비는 줄었으나 전반적인 당류 섭취는 감소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설탕 대체제인 기능성감미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능성감미료 소매시장 규모는 2013년 59억원에서 지난해 105억원 규모로 두배 가까이 확대됐다. 기능성감미료는 자일리톨의 원료로 활용하던 자일로스를 설탕과 유사한 형태로 만든 자일로스설탕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의 B2C 설탕 매출도 2년 만에 30% 가까이 줄었다. 소매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설탕 판매액은 △2013년 1608억원 △2014년 1360억원 △지난해 1137억원으로 하향세를 그렸다. 반면 기능성감미료는 2013년 56억원에서 작년 102억원으로 늘었다.

당류 과다섭취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식품업계는 당을 줄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발효유와 음료업계다.

◆발효유·음료업계, 당 줄이려는 시도 진행중

실제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 8월 '당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해 자사 발효유 제품의 당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한국야쿠르트의 당 저감 제품인 야쿠르트 라이트는 기존 야쿠르트보다 3배가량 많은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3월 자사 기존 떠먹는 발효유보다 당 함량을 30% 이상 낮춘 '매일바이오 로어슈거'를 출시했다.

커피시장에서도 당을 줄인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은 작년 말 당 함량을 기존 대비 25% 정도 낮춘 저당 커피믹스인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선보인 커피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도 첨가당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이다.

탄산음료 업체들도 '제로(0)칼로리'와 '저칼로리'를 내세우고 있다. '녹색 콜라'로 알려진 '코카콜라 라이프'의 국내 도입 여부도 주목된다. '코카콜라 라이프'는 스테비아에서 추출한 천연감미료로 단맛을 내 설탕 함량과 칼로리를 30% 낮춘 제품으로,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빨간색 대신 녹색 캔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