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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드는 자신의 이기성에 맞서 싸우는 근본적인 싸움”

“테러리즘은 이슬람의 가르침에서는 어떠한 정당성도 갖지 않는다”

필 고프 전 외무부장관이 청중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옆에는 아흐마디야 분파 뉴질랜드 본부의 이크발 무함마드 회장
전세계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과격행위와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의 한 분파인 아흐마디야 뉴질랜드 본부(회장 부함마드 이크발)는 정기총회를 통해 “지하드는 그 어떤 해석으로도 테러리즘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남쪽 위리 지구에 위치한 마스지드 바이툴 사원에서 지난 달 23일부터 이틀간 개최된 제26회 정기총회에는 필 고프 전직 외무부 장관 겸 부총리와 뉴질랜드 의회의 멜리사 리 의원을 비롯한 3명의 뉴질랜드 의회 의원과  종단 대표, 학자 등 100여 명 넘게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총회 기간 중 ‘평화의 종교로서의 이슬람의 본질적 특성을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해시킬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된 특별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온 파키스탄 카라치 대학의 샤피쿠르 레흐만 교수는 “꾸란 초기 경전에서는 타인을 공포 속에 살게 하거나 교리를 믿도록 강요하는 것은 종교로서의 이슬람에 반한다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테러리즘’은 이슬람의 가르침에서는 어떠한 정당성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계 뉴질랜드 의회 의원인 멜리사 리는 “종교적 오해는 사회적으로 해로운 인종적, 민족적 선입견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소수 집단과 주류 사회와의 대화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 의원은 “아흐마디야 공동체가 그러한 선입견과 장벽을 없애는 데 기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특별 토론회는 ‘폭력적 극단주의’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지하드’의 개념 정의를 놓고 장시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에서 레흐만 교수는 “지하드를 ‘큰 지하드’와 ‘작은 지하드’로 구분하는 아흐마디야 분파의 창설자인 미르자 굴람 아흐마드의 해석이 옳다”면서, “신앙인 각자가 자기 자신의 이기적 본성에 맞서 싸우는 근본적인 싸움을 뜻하는 ‘큰 지하드’와 자기 방어를 의미하는 ‘작은 지하드’ 모두 칼(무력)에 의해 수행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므로 이교도, 즉 무슬림이 아닌 이들에 대한 전면전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는 것은 굉장한 왜곡이다”고 강조했다.

필 고프 전 외무부 장관은 “역사 초기부터 여성과 토착민의 권리를 신장해온 자랑스런 민주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는 이제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작은 나라들과 소수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자랑스런 전통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면서, “갈등으로 분열된 지역에 대한 하나의 영감이자 사례로서 아흐마디야 분파는 오랫동안 뉴질랜드 사회의 친구였다”고 그 공로를 치하했다.

아흐마디야파는 미르자 굴람 아흐마드가 19세기 후반에 창설한 이슬람 분파로서 평화와 관용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으며, 모든 종교를 통합하는 선지자인 ‘약속된 메시아’ 신앙을 중심으로 창조주와 피조물,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다. 현재 전세계 180여 개국에서 1천만 명 이상의 신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TV 방송국을 통해 종교 간 화해의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오클랜드=지오프리 프렌티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