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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최상위권 수험생 사탐 '경제·한국사' 선택 가장 많아

2014학년도 수능 우등생들 탐구영역 최강조합은?

역대 최악의 ‘물수능’으로 평가받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올해 입시에서 유불리를 가른 것은 결국 탐구영역의 영향이 컸다. 수험생이 공통으로 치러야 하는 영역들은 난이도가 쉽거나 평범해 크게 변별력이 없었던 반면 탐구영역의 경우 과목별 난이도나 응시생 비율에 따른 편차가 꽤 있었다. 이는 백분위나 일부 학교에서 적용하고 있는 학교별 변환표준점수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탐구영역의 반영비율이 높은 자연계에서는 과목 선택에 따른 당락이 갈리기도 했다. 실제 올해 연세대 의예과 정시에 지원한 수능 만점자 3명이 1차에 합격하지 못한 것도 선택과목의 영향이 크다.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에도 탐구영역이 대입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수많은 과목들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종로학원하늘교육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탐구영역 자료를 종합해 점수대별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많이 선택했는지를 분석했다.

◆사회탐구


사회탐구는 경제, 한국사, 윤리와사상, 법과정치, 사회문화,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생활과윤리 등 모두 10과목이다.

2014학년도 수능 사회탐구 선택과목별 학생 수준을 살펴보면 경제와 한국사를 선택하는 인문계 학생들의 수능성적(국어·수학·영어·탐구영역 백분위 총합의 평균 기준)이 가장 높았다. 다시 말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이 두 과목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2014학년도 사탐의 경우 최대 2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경제를 선택한 학생들은 전체의 10과목 중 가장 적은 비율인 3.7% 학생들이 선택했다. 그러나 수능 평균점수는 236점(400점 만점)으로 가장 높았다. 한국사를 선택한 학생의 비율은 11.5%였고 수능 평균점수는 228.3점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한국사의 경우 서울대의 수능 사탐 필수 과목으로 지정돼 있어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과목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다는 것은 자신있는 과목이라 할지라도 한 문제라도 실수를 할 경우 높은 등급을 받기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성적(5000등 이하)의 인문계 학생들 역시 한국사의 선택 비율이 53.8%로 가장 높았다. 대부분 서울대를 목표로 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는 43.7%로 사회문화였고, 윤리와사상(28.9%), 한국지리(23.3%), 경제(13.3%) 등의 순이었다. 세계사(3.3%)와 동아시아사(3.6%), 세계지리(6.5%)를 선택한 학생들은 모두 10% 미만이었다.

SKY에 합격한 학생들의 수능 평균성적(국수영탐 백분위 평균)은 동아시아사가 385.5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경제가 385.2점, 한국사가 384.9점으로 세 번째였다. 생활과윤리를 선택한 학생들의 평균성적이 383.4점으로 가장 낮았다.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주요 10개대 정시전형 지원권 학생(5001∼1만5000등)들은 사회문화(48.5%)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두 번째는 한국사(34.5%)였고, 한국지리(28.7%), 윤리와사상(27.8%) 등의 순이었다. 이들 학생의 수능 평균성적은 응시비율이 10% 이하였던 동아시아사(5.3%)와 세계지리(8.7%)가 370점으로 가장 높았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사회문화 선택 학생들의 경우 369.6점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과학탐구


과학탐구의 경우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4과목으로 나뉜다. 이 과목들은 다시 Ⅰ, Ⅱ로 나뉘기 때문에 총 8과목이 된다.

Ⅱ과목의 경우 지난해 선택한 학생들은 10%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대나 카이스트(KAIST)의 경우 2016학년도 입시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나 Ⅱ+Ⅱ를 지정하고 있다. 또 Ⅱ과목에 대한 가산점이 있는 일부 대학, 학과들도 있기 때문에 대학별 요강을 꼼꼼히 살펴보고 준비해야 한다.

최대 2과목을 응시할 수 있었던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생명과학Ⅰ과 화학Ⅰ에 응시한 학생의 비율이 57.8%로 가장 높았다. 지구과학Ⅰ은 33.0%, 물리Ⅰ은 22.2%였다.

Ⅱ과목 중에서는 생명과학Ⅱ 응시비율이 16.7%로 가장 높았다.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 혹은 이를 준비한 학생들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번째로는 지구과학Ⅱ가 4.4%, 화학Ⅱ는 4.3%, 물리Ⅱ는 2.4%의 학생들이 응시를 했다.

역시 수능 전체 영역의 백분위 평균 점수로 볼 때 가장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은 화학Ⅱ였다. 화학Ⅱ를 선택한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400점 만점의 263.6점이었다. 그 뒤로는 물리Ⅱ 선택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245.9점, 생명과학Ⅱ는 226.0점이었다.

Ⅰ과목 중에서는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화학Ⅰ 응시생들의 평균성적이 222.6점으로 가장 높았다. 물리Ⅰ의 경우 Ⅰ과목에서 선택한 학생 비율은 가장 적었지만 평균점수는 215.1점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또 물리는 215.1점, 지구과학Ⅰ은 180.3점 순이었다.

SKY 지원권인 5000등 이내 학생들 중에서는 화학Ⅰ과 생명과학Ⅰ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각각 60.3%와 42.2%로 가장 높았다. Ⅱ과목 중에도 생명화학Ⅱ 응시비율이 34.9%, 화학Ⅱ는 23.5%였다. 서울 주요 10개대 지원권(5001∼15000등) 학생들은 역시 화학Ⅰ과 생명과학Ⅰ이 많았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탐구영역에서 어떤 과목을 고르는지에 따라 입시에서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자신의 점수대에서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고른다면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다. 사진은 수능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자신의 점수대에서 성적 좋은 과목 골라야…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올해도 쉬운 수능이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현재 상황에서 탐구영역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들이 수능 점수대를 올릴 ‘역전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영역”이라며 “그만큼 탐구영역 과목의 선택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자신이 잘하고 자신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자신이 속한 점수대에서 가장 점수가 잘 나온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통계에서 보듯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사회탐구영역에서 한국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학생이 굳이 한국사를 선택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자연계 학생들의 경우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준비하는 학생 외에는 과탐Ⅰ, 과탐Ⅱ 모두를 공부하는 것보다는 과탐Ⅰ 두 과목을 준비하는 것이 점수를 올리기에는 훨씬 유리할 수 있다.

그는 “수시모집의 비율이 정시모집보다 높기 때문에 Ⅰ 두 과목을 준비하고 추가로 논술이나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