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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상장 '실탄 확보'…경영승계 속도내나

이사회서 해외사업 확대 결의
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집중

삼성SDS가 ‘상장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여진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가 대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룹 승계 작업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 도약 발판 마련

삼성SDS는 8일 이사회를 열어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국내 ICT 서비스 시장에서 대기업의 공공시장 참여가 제한돼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 공공시장과 대외 금융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철수한 뒤 해외물류 IT, 모바일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삼성SDS는 “미국의 페이스북 및 트위터, 중국의 웨이보 등 IT 기업들도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 및 자본 조달의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IT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 인력 확보, 최첨단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사업 제휴가 절실하다. 자기자본이 채 4조원이 안 되고, 비상장 상태로 자본유연성이 경직된 상황에서는 사업전략을 펼치는 데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상장 후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ICT 서비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 호스피탈리티 분야에서 해외 사업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S는 5월 중 상장 대표 주관사를 선정, 상장 추진 일정과 공모 방식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그룹 승계에 필요한 실탄 확보

삼성SDS는 지난해 삼성SNS와 합병을 결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45.69%)이던 삼성SNS를 합병하며 삼성SDS 지분율을 8.81%에서 11.25%로 끌어올렸다. 이 부회장 지분(870만4321주) 가치는 장외시세(7일기준 14만9500원) 기준으로 1조3013억원으로 평가된다. 이 부회장은 2002년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219만1140주를 추가했고 2009년과 지난해에는 삼성네트웍스와 삼성SNS와의 합병을 통해 355만7612주를 더 확보했다.

현재 각각 지분 3.9%씩 보유하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역시 4400억원을 웃도는 평가차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관심은 이 부회장이 지분을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다. 당장 이번 상장과 후계구도 간 연결고리를 찾기는 어렵다. 비상장사인 삼성SDS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자신의 삼성SDS 지분을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지분과 맞바꿔 그룹 장악력을 높이는 시나리오는 가능해진다.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면 최소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이 ‘종잣돈’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기동 기자 kid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