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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金보다 비싼’ 종자 개발… 로열티 아낀다

쏟아지는 우리 품종들
로열티 지급액 첫 감소

‘토마토 종자 1g은 12만6000∼13만5000원, 신품종 파프리카 종자는 1g당 11만7000원, 금 1g은 4만6000원.’

정부가 금보다 비싼 종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세계 종자시장의 규모는 2008년 700억달러에서 2020년이면 165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품종보호제도(UPOV)에 따라 우리 식탁에서 주로 접하는 식품들의 종자 로열티를 해당 국가와 기업에 지급하고 있다. 자체적인 품종 개발이 안 된다면 2020년까지 로열티로만 7900억원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농진청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참다래(키위), 딸기, 버섯, 국화 등의 신품종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참다래 농가들은 뉴질랜드의 ‘제스프리골드’ 품종을 생산해 매출액의 15%가량을 로열티로 해당 기업에 지급해야 했다. 뉴질랜드로 빠져나간 로열티만 매년 10억∼2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2008년 농진청이 ‘제시골드’ ‘한라골드’ 등의 품종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농가들이 뉴질랜드 품종을 사오는 대신 농진청이 개발한 품종을 생산하면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약 10억원의 로열티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열티 절감은 외국 품종을 사용하던 농가의 국산 품종 사용 시 로열티 감소액과 외국 품종을 사용하더라도 국산 품종이 개발되면 외국 기업과 협상력이 높아져 해당 기업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더구나 2010년부터는 우리가 개발한 품종을 중국으로 수출해 매년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받고 있다.

전체 화훼재배면적 및 생산액의 10%를 차지하는 국화 품종 역시 그동안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에서 도입된 품종을 사용해왔다. 이에 지난해에만 9억8000만원의 로열티가 외국에 지급됐다. 정부가 ‘엔젤’ ‘프링슬링’ ‘필드그린’ ‘도나핑크’ 등의 국화 품종을 개발하자, 국산 품종 생산이 대폭 증가했다. 국화의 국산 품종 점유율은 2006년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2.8%로 급증했다. 농진청은 지난해 국산 품종 재배 확대에 따른 국화 로열티 절감액을 10억원으로 분석했다.

장미는 전체 수출량 중 국산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24%에서 지난해 40%로 크게 늘었다. 국산 품종의 국내 판매 점유율 역시 2005년 1%에서 지난해 25%로 늘었다. 2000년부터 농진청이 ‘레드팜’ ‘메리데이’ ‘빅뱅’ 등 71개 품종을 육성하면서 나타난 효과다. 이는 농가들의 소득 증대로 직결됐다. ha당 1억5000만원에 달하던 과거 장미 재배농가의 종묘비가 지난해에는 6000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버섯류 역시 신품종 개발의 효과가 큰 품목 중 하나다. 농진청은 버섯 수출경쟁력과 수입대체를 위한 양송이 종류의 ‘새연’ ‘새도’, 송이버섯과 비슷하면서 구운 고기 맛이 나는 ‘아위1호’ 등 7개 국산품종을 개발했다. 버섯 국산 품종 보급률은 2011년 40.2%에서 지난해 44.6%로 확대됐고 로열티 절감액은 2011년 5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7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농진청은 지속적인 품종 개발로 로열티 지급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장미, 국화, 카네이션, 난 등 화훼류와 딸기, 참다래, 버섯 등의 지난해 로열티 지급 추정액은 163억3000만원으로 전년 172억6000만원에 비해 5.4% 감소했다. 2001년 5억5000만원이던 로열티 지급액은 2005년 120억원으로 100억원을 넘었고, 줄곧 상승 추세를 보였다.

또 품종 개량에 따른 로열티 절감액도 크게 늘고 있다. 딸기, 장미, 국화, 난, 참다래, 버섯 6개 품목의 지난해 로열티 절감액이 66억8000만원으로 전년 34억5000만원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로열티 지급 비율이 높은 품종을 국산화해 보급을 늘려 나가겠다”며 “국제경쟁력 있는 국산 우수 신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외국에서 로열티를 적극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