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니 더 아찔한… 하이힐의 반란 '굽 없는 하이힐' 뜬다 입력 2013-01-03 16:39:29, 수정 2013-01-07 16:50:56 “어? 하이힐인데 굽이 없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간 에르메스·발렌시아가 등 해외 유명 핸드백 모양을 프린트한 천 소재의 ‘진저백’ ‘소프트백’ 등 페이크 패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제 그 재치 있고 센스 넘치는 패션 트렌드가 발끝으로 내려온 것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 H&M은 지난해 11월 투명한 아크릴 굽의 펌프스(지퍼나 끈 등의 여밈 부분 없이 발등이 깊게 파인 여성용 구두), 앵클부츠(발목까지 올라오는 부츠), 롱부츠 등 3종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와 협업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위드 에이치앤엠(Maison Martin Margiela with H&M)’이 세계 동시 론칭하면서 선보인 제품이다. 투명 굽은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 때문에 여름 샌들에나 어울릴 듯하지만 겨울철에 따뜻한 가죽·세무 재질과 만난 것이다. 투명 굽의 구두는 멀리서 보면 굽 없이 마치 까치발을 하고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출시 당시 H&M 매장 앞에는 한정판 제품들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돗자리를 깔고 진을 친 고객이 수백 명에 달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투명 아크릴 굽 구두들은 품절됐다. 투명 굽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이미 2007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투명 아크릴 굽을 선보여 패션 피플들을 열광시켰고, 이번에 H&M과의 협업으로 재탄생(re-edition)시키면서 투명 굽을 좀 더 대중화시킨 셈이다. 투명 굽은 대체로 10㎝ 이상의 높은 굽이 많은데 굽의 라인이 보이지 않아 굵고 높은 굽에서 느껴지는 투박함이나 피로감이 없고, 다리는 더 얇아보인다. 또 웨지힐이 안정감 있게 받쳐줘서 편안할 뿐 아니라 겨울철 빙판 길에서 미끄러질 걱정도 없다. 특히 까치발을 하고 있는 듯한 착시효과는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깎아지른 절벽처럼 가파르게 내려오는 뒷굽은 구조적인 형태 때문에 잘 빠진 건축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뒷부분의 부드러운 곡선이 여성의 육감적인 신체 라인을 연상하게 한다.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똑바로 서 있기조차 힘들 것처럼 아찔하게 느껴지지만, 발 중간까지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웨지힐 굽 덕분에 착용해 보면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다.
지방시 관계자는 “많은 슈즈 브랜드들이 힐을 강조하는 것과 반대로 힐을 보일 듯 말 듯하게 감춤으로써 은근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고 설명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