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 신성함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을 담았죠” 시인 김태형 고비사막 여행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입력 2012-12-07 15:45:15, 수정 2012-12-07 19:51:16 시인 김태형(42·사진)씨는 2011년 8월 몽골 고비사막을 여행할 때 우연히 모래밭에 버려진 운동화 한 짝을 발견했다. 거의 1년 만인 올해 7월 두 번째로 고비사막에 간 김씨는 그 신발을 다시 보려고 일부러 전과 똑같은 여행 경로를 택했다. 한참을 헤맨 그는 원래 지점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서 신발을 찾고 기쁜 마음에 기념사진까지 찍는다. 그것으로 김씨의 여행 목적은 ‘완벽하게’ 달성됐다.
“그냥 지켜보고 싶었어요. 찾고 싶었을 뿐이죠. 잊지 않으려 했을 뿐이에요.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했습니다. 좀 우습긴 하죠. 내 신발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워서 신을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김씨가 고비사막을 횡단하기로 결심한 건 2011년 봄의 일이다. “고비사막을 보고 나니 글이 잘 써진다”는 동료 문인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김씨를 비롯해 교사·소설가 등 6명이 한팀이 돼 차 한 대를 빌려 보름 동안 2500㎞를 달렸다.
그때 맛본 사막의 달콤함을 잊지 못해 지난여름 또 몽골에 다녀왔다. 두 차례 여행에서 느낀 상념을 적은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마음의숲)은 이렇게 탄생했다.
“제목에서 ‘이름이 없는 너’는 자연을 뜻해요. 감히 함부로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대자연의 신성함에 대한 인간의 경외감을 담았습니다. 실제로 사막을 여행하다가 어느 산을 보고 가이드한테 지명을 물으니 ‘이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들에게 자연은 너무 신성한 존재라 명칭을 붙이는 것조차 불경한 일인 거죠.”
 | 시인 김태형씨는 “사막에서 아름다움에 병든 자는 제 이름마저 지우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원이 되길 간절히 바랄 것”이라고 노래한다. 김씨가 고비사막에서 직접 찍은 사진이다. | 책은 ‘사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낙타에 관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몽골 전설에 따르면 낙타는 원래 뿔이 있었는데 사슴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단다.
사슴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사막을 떠도는 게 낙타의 운명이라니, 우습기도 하지만 좀 서글프다. 낙타는 유목민이 허허벌판에 조성한 부모의 묘지를 찾는 수단도 된다. 매장을 마친 뒤 어미 낙타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죽인다. 가슴으로 피눈물을 흘린 어미 낙타는 무덤 위치를 절대 잊지 못하기에 유족들은 성묘를 갈 때 낙타 뒤만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사실 고비사막은 천체사진을 찍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성지’로 통한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촬영하기에 고비사막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고 한다. 김씨도 아름다운 별 사진을 잔뜩 찍어 책에 실었다.
“고비사막은 별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에요. 특히 여름에는 별이 잘 보여요. 낮에는 초원과 사막을 내달리고 밤에는 별을 보며 시와 인생을 노래했죠. 모든 걸 다 버리고 황량한 사막과 마주하니 시로는 다 보여줄 수 없는 내 문학의 지향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