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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계 슈퍼리치 DNA 공통점은?

로스차일드 록펠러가문,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업 후 50년 이상 가는 기업은 드물다. 지구상의 수많은 기업들이 반짝 흥했다가 반세기를 못 버티고 사라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로스차일드, 록펠러, 카네기 등 극소수 가문은 대를 이어 슈퍼부자의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이코노미세계>는 국내외 슈퍼부자들의 성공 비결과 기업가 정신에 대해 알아봤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정신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일반인들은 억만장자가 가진 돈의 규모만 부러워하지 그들이 쏟은 노력과 정신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슈퍼부자들이라고 재산 형성과정이 모두 모범적이지는 않다. 매점매석, 밀수, 정경유착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인의 피눈물을 강요해 치부한 예가 적지 않다.

주목할 점은 외국의 슈퍼부자 가문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사실이다. 록펠러가문의 경우, 한때는 ‘독점재벌’로 비판을 받았지만 기부를 통해 평판이 달라졌다. 신용과 겸손, 공공의 이익을 실천하며 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재벌도 3세, 4세 체재로 이행되는 단계이지만 국민으로부터 그다지 존경받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슈퍼부자 가문의 처신은 시사하는 바 크다.

1조원 이상 한국인 억만장자 16명

미국의 경제저널 <포브스>는 매년 3월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를 선정해 발표한다. 억만장자의 기준을 재산 10억 달러(원화 기준 약 1조1000억원)로 볼 때, 2012년 지구촌 억만장자의 수는 총 1226명. 한국인으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106위),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회장(161위) 등 총 16명이 슈퍼부자의 반열에 들어 있다.

슈퍼부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심히 창대하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을 일으킨 창업자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는 하노버의 한 은행 사환으로 시작해 골동품 가게를 거쳐 유럽 금융가를 쥐락펴락 하는 대부호로 성장했다. 

스티브잡스는 한때 애플에서 쫓겨났으며, 말썽꾸러기 해커에 불과했던 빌 게이츠는 거의 무일푼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차린 뒤 20년만에 ‘소프트웨어업계의 제왕’이 되었다. 어린 시절, 껌팔이 소년에 불과했던 록펠러 역시 처음에는 작은 회사로 시작했으나 훗날 ‘석유왕’이 되었다.

미국사회 슈퍼부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1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청년 창업’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록펠러는 24세 때 창업했고, 빌게이츠는 대학을 중퇴하고 ‘청년 창업’을 했다. 두 거인은 ‘경청하는’ 스타일도 닮았다. 록펠러는 평소 “성공하려면 귀는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빌게이츠도 동료의 말에 늘 귀를 기울였다.

지난해 포브스에서 세계 7대 부호로 선정된 ‘명품 재벌’ 베르나르 아르노도 청년창업군에 속한다. 프랑스 출신의 엔지니어인 아르노가 세계적 명품 왕국을 건설한 비결은 미국식 M&A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있다.

아르노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안목은 가히  ‘명품 수준’이다. 아르노 이전 대부분의 명품 회사들은 상류층 위주로 맞춤 제작을 해왔으나 아르노는 이를 거부했다. 상류층 거주지에 작은 매장을 두고 영업하던 방식을 탈피해 대형 백화점 매장과 면세점으로 유통망을 넓혔다.

아르노가 노린 것은 ‘명품의 대중화’였다. 상류층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돈만 들고 오면 누구나 살 수 있게 만들었다. 불경기에도 루이뷔통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면,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명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르노는 이를 남보다 먼저 깨닫고 비즈니스에 접목시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의 웹사이트 넷은 지난 1000년 이래 최고 슈퍼부자 25인을 선정 발표했다. 1위는 14세기 서아프리카 왕이었던 만사 문사 1세로 재산이 약 4천억 달러에 달했다. 2위는 로스차일드 가문(3500억 달러), 3위 존 D 록펠러(3400억 달러) 4위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3100억 달러) 등이다. 이중 1위인 만수 문사, 8위인 리비아 가다피 등 정치권력으로 치부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수성가형 세계 최고 슈퍼부자는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볼 수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흥미진진한 성공스토리를 남긴 슈퍼부자는 많지 않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19세기부터 21세기에 걸쳐 유럽에서 발발한 숱한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아 오늘날 금융, 철도, 석유, 와인, 유통 등 다양한 업종에서 불사조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문장은 특징이 있다. 5개의 화살이 리본에 묶여 있는 그림이 그것으로, 각각의 화살은 창업주 마이어의 아들 5형제를 뜻한다. 화살처럼 빠르되, 하나로 묶인 그림이 상징하듯 오형제는 단결된 힘을 발휘해 유럽의 돈줄을 움켜쥐었다. 

이들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으며 시대 변화에 늘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와 런던의 금융가를 쥐락펴락하는 비결 역시 이런 모습에서 찾아진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

주목할 점은 세계 슈퍼부자들의 처신이다. 대부분의 슈퍼부자들은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해 명예를 보전하려고 애쓴다. 로스차일드, 록펠러 등 오래된 가문은 물론이고, 빌게이츠 워렌버핏 등 당대에 슈퍼부자 반열에 오른 이들 중 상당수가 적극적인 기부 행위로 존경을 받고 있다.

이는 공산권인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아시아 최대 갑부인 중국 장강 출신의 리카싱은 ‘기부 천사’로 유명하다. 리카싱의 2개 좌우명 중 첫째는 “지식은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이고, 둘째는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의롭지 못한 채 부귀를 누림은 뜬구름과 같다)”이다.

리카싱보다 한술 더 뜬 기업인도 있다. 중국의 대표적 자선 기업가로 통하는 천광바오는 평소 “부자로 죽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자선을 베푸는 일에 앞장선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당시 천광바오는 위험하다는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현지로 달려가 수백명의 인명을 구조했으며 한해 기부액이 1억 위안이 넘을 정도로 기부를 생활화하고 있다.

슈퍼부자들의 이러한 기부 정신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인도 멕시코 등 신흥국의 슈퍼부자들도 단순한 기부를 넘어 교육 의료 등 분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슈퍼부자들도 기부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솔선수범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된 뒤, 거액의 사회환원 약속을 하고 풀려나는 행태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