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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타] 한효주,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 민낯도 빛나네

감독 요구에 '생얼'로 촬영… 외유내강의 여인상 표현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복잡한 캐릭터 완벽 소화

배우 한효주가 또 다시 사극에 나섰다. 이번에는 중전이다.

MBC 드라마 ‘동이’를 통해 영조를 키워낸 숙빈 최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한효주(사진)가 최근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광해군의 부인인 중전을 연기한 것. 풋풋하면서도 청순한 미모를 지닌 한효주에게는 왕비가 유독 잘 어울리는 편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아예 생얼로 영화에 등장한다. ‘동이’의 타이틀롤을 맡을 때만 해도 발랄한 소녀였다면 이번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확실히 권력의 최상부에서 시련을 겪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강력한 포스와 함께 선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청초한 여인네의 모습만은 아니다. 때로 왕인 남편에게 귀엽게 투정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지금껏 사극이나 여타 작품에서 보여온 안으로 삭이기만 하는 모습과는 또 거리가 멀다.

특히 이 영화에서 보여준 한효주는 기존 작품에서 선보인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느낌이다. 그 만큼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실제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의 요구 때문이다. 그 덕분에 영화에서 한효주는 병색이 살짝 보이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중전으로 나올 수 있었다. 더구나 실제로도 얼굴이 작고 마른 편이어서 그러한 모습이 더욱 극대화됐다.

영화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백성들의 고충을 직접 느끼고 대외관계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함을 알고 있는 광해군(이병헌)이 점차 자신을 반대하고 심지어 암살하려는 수구 대신들 때문에 흔들리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중전은 이 때문에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오빠 역시 잃을 처지에 놓인다. 대신들이 역모를 꾀했다는 누명을 씌워 죽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대신은 중전 폐위까지 주장한다. 결혼할 때 끝까지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남편의 말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중전으로서는 힘들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임금과 닮은 평민 하선(이병헌)이 잠시 왕을 대신하게 된다. 이 역시 대신들의 암살에 위협을 느낀 광해군과 도승지 허균(류승룡)이 꾸민 것. 하지만 하선은 왕 행세를 하면서 절대 얼굴도 마주치지 말라던 중전을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만다.

한효주는 이병헌 못지 않게 복잡한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이병헌 역시 광해군과 하선이라는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 사람을 상대하는 중전 역시 알 듯 모를 듯 두 사람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한효주의 연기 내공이 진가를 발휘했다. 달라진 남편을 대하는 놀라움과 끝까지 놓지 않는 남편에 대한 믿음을 동시에 소화한 것. ‘동이’에서 갖은 고난을 무릎쓰고 밝고 당차게 시련을 이겨내는 주인공을 연기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더욱 복합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면서 이병헌과 함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탄탄히 받치는 캐릭터가 된 셈이다.

이 영화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이병헌이다. 타이틀롤을 맡았고 그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데다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이병헌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한효주 역시 자연스레 이목을 끈다. 이번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어찌보면 한효주일 수도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