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대로의 사랑을 향한 절규 성적 소수자의 삶 다룬 뮤지컬 헤드윅, 라카지 입력 2012-08-15 17:38:30, 수정 2012-08-15 20:06:57 ‘아주 오랜 옛날, 구름은 불을 뿜고 하늘 너머 높이 솟은 산 오랜 옛날/ 두 쌍의 팔과 두 쌍의 다리를 가진 사람/ 하나로 된 머리 안에 두 개의 얼굴 가진 사람 (…) 타오른 불꽃, 벼락 되어 내리치며 번뜩이는 칼날 되어 함께 붙은 몸 가운데를 잘라내 버렸지 (…) 옛날 춥고 어두운 어느 밤 신들이 내린 잔인한 운명 그건 슬픈 얘기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그 얘기.’
뮤지컬 ‘헤드윅’에서 헤드윅이 부르는 ‘The Origin of Love’의 일부다. 이 노래는 우리가 반쪽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게 된 슬픈 사연을 들려준다. 동시에 이성애가 아닌 동성애도 인간 본성의 일부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하나로 잘리기 전, 남녀뿐 아니라 남남·여여도 한 몸으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뒤바뀐 성(性)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설 자리는 어딜까. 다름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성적 소수자를 인정하는 모습은 찾기 힘든 게 사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를 가진 외국에서도 성적 소수자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어냈다. 성적 소수자의 삶과 갈등을 다룬 뮤지컬 ‘헤드윅’과 ‘라카지’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성전환자 록커의 모놀로그와 음악이 담긴 뮤지컬 ‘헤드윅’의 오만석. | ◆성전환자 록 가수 ‘헤드윅’과 게이 부부 ‘라카지’
10월21일까지 삼성역 KT&G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되는 ‘헤드윅’은 성전환자 록커의 모놀로그와 음악이 담긴 뮤지컬이다. 동독 출신의 실패한 성전환자 록 가수 헤드윅이 그의 남편 이츠학, 록 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펼치는 콘서트 형식의 작품이다. 김민정 연출에 의해 재탄생한 이번 헤드윅은 섬세한 조명 사용으로 감정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헤드윅 역에는 오만석·박건형, 이츠학 역에는 이영미·안유진이 더블캐스팅됐다. 특히 오만석은 2005년 초연 이후 7년 만에 다시 헤드윅 역을 맡았다.
1983년 처음 제작된 뮤지컬 ‘라카지’는 같은 해 토니상 6개 부문, 2005년 재공연 당시 2개 부문, 그리고 2010년 공연 시에는 3개 부문에서 상을 탄 작품이다. 하지만 게이 부부 등 정서상 문제로 국내 도입을 미뤄오다가 30여년 만에 초연을 하게 됐다. 엘빈과 조지 게이 부부가 아들 미쉘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로 벌어지는 해프닝을 감동적인 드라마로 엮어냈다. 앨빈 역에 정성화·김다현, 조지 역에는 남경주·고영빈이 더블캐스팅됐다. 아들 장 미셀 역에는 이동하·이창민·이민호가 번갈아 연기한다. LG아트센터에서 9월4일까지 열린다.
 | 정성화가 연기하는 뮤지컬 ‘라카지’. 게이 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 ◆‘가발’을 벗어던지자!
뒤바뀐 성을 다룬 두 뮤지컬이 내린 해법은 이렇다. 바로 ‘나’를 인정하는 것. 두 뮤지컬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발’을 벗어던지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된다. 이들에게 가발은 자신을 숨기고 위장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도구이자 굴레였던 셈. 결국 이들은 정상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두 뮤지컬은 획일화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준다. 주위 시선이 두려워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말이다. 세계적인 소설가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꾸며진 모습으로 사랑받느니 진실한 모습으로 미움받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