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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 ‘민주의 종’ 깨진채 납품

제작중 15㎝, 60㎝ 금가 ‘땜질’…감리 과정서 결함 발견 못해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주의 종’이 제작 과정에서 깨져 땜질한 채 발주처인 광주광역시에 납품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범종 제작사는 물론이고 설계와 감리를 맡은 서울대 측도 범종 제작 후 실시하는 비파괴 검사도 하지 않고 감리보고서를 작성해 법적 책임 논란에 휘말릴 전망이다.

‘민주의 종’ 땜질 과정에 관여했다는 A씨는 1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주의 종이 깨졌다. 종 아랫부분인 하대에 15㎝ 정도 금이 가 청동으로 땜질했다”고 밝혔다. 그는 “(범종을 제작한) 성종사가 자체 기술력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 환경관리공단에 임시 보관 중인 ‘민주의 종’ 아래쪽 무궁화 문양에 금이 가 땜질한 흔적이 남아 있다. 작은 사진은 ‘민주의 종’이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 내걸린 모습.
광주=뉴시스
범종 전문가 B씨는 “컬러 체크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용액을 바르면 갈라진 곳에서 빨갛게 선이 나온다”고 말했다.

취재 기자가 광주 환경관리공단에 임시보관 중인 ‘민주의 종’을 확인한 결과 아래쪽 하대 좌우 양쪽에서 약 15㎝, 60㎝가량의 금이 육안으로 보였다.

이 종은 범종 제작 인간문화재인 원광식 주철장이 2004년 8월 제작에 들어가 다음해 11월 광주시에 납품했다. 시방서에는 전통 범종 제조방식인 ‘밀랍주조방식’으로 종을 만들기로 돼 있으나 현대적인 방식인 왁스를 이용한 ‘셀몰드 주조기법’이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 및 감리를 담당한 서울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는 이런 결함에도 ‘종 표면 및 몸체에 주조 결함이 전혀 없이 깨끗하게 주조되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감리 책임을 졌던 나형용 서울대 명예교수는 “범종 제작 전 과정을 볼 수 없어 표면에 금 간 걸 몰랐다”며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광주=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