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요금 인상 못하는 이유… 상위 BIG 4개 기업, 시장 점유율 50% 못 미쳐 입력 2011-12-02 09:52:56, 수정 2011-12-03 14:49:32  일반 공공요금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국내 택배요금 인상이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이유는 시장의 다자간 경쟁구도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월 초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를 조건 없이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그 배경은 양사가 합병해도 전체 시장의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 때문. 따라서 당분간 국내 택배시장은 1, 3위 기업 간 합병으로 대형 택배사 출현해도 택배시장의 다자간 경쟁구도 탈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지금까지 택배시장은 상위 4개 택배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이들 빅4 택배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당분간 택배시장의 다자간 경쟁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J ·대한통운 합병, 택배시장 과점 없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CJ제일제당 주식회사와 CJ GLS의 대한통운 주식취득 건을 심사한 결과,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조건 없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CJ제일제당과 CJ GLS는 올해 7월15일 대한통운 주식 37.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7월29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사전신고서를 제출했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결합당사 회사들의 이해관계자(경쟁사)인 (주)한진, 현대로지엠, 로젠택배 등의 의견을 제출받아 관련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공정위는 택배 1, 3위 회사인 대한통운과 CJ GLS의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6개(택배업, 도로화물운송업, 항공포워딩, 해운포워딩, 항만하역업, 홈쇼핑 업)로 나눠 관련 시장에서의 기업결합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번 기업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 향후 양사 간 합병에 따른 불공정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공정위는애초 양사 합병으로 택배시장에서의 과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시장집중도는 높아졌으나, 제품 간 수요대체가능성, 구매전환가능성, 경쟁사업자와의 생산능력 격차, 시장진입 가능성 등의 제반 상황을 종합 고려해도 경쟁 제한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양사 합병, 수평적 결합 우세
CJ와 대한통운 합병은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택배업, 도로화물운송업, 포워딩(항공, 해운) 등 6개 시장이다. 특히 양 사는 택배업, 도로화물운송업, 포워딩(항공, 해운)을 모두 영위하므로 4개 시장에서는 수평결합으로 결론이 났다. 단 CJ그룹은 항만하역업, 홈쇼핑업 택배업간에는 수직결합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번 합병에서 가장 우려됐던 부분은 택배업. 양사 모두 국내 택배시장의 1, 3위로 시장의 큰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공정위 조사를 살펴보면 택배업 분야의 경우 수평결합으로 전체 택배시장 점유율 합계는 27.8%에 머물렀다. 이는 택배시장의 2위기업인 한진과 15.9%밖에 차이가 없어 경쟁제한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택배서비스는 상품을 배달하면 서비스가 끝나는 초단시간 서비스 특성상 제품별 차이가 미미해 제품 간 수요대체 가능성이 커 양사의 합병에 따른 시장 과점 현상은 없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가격 인상 요인, 무수히 많아 경쟁 심화
현재 택배사업자의 택배요금체계는 B2C(기업 대 개인)의 경우 적게는 2000원에서 C2C(개인 대 개인)은 4000원~8000원으로 유사하게 형성돼 있다. 또 평균 배달 소요시간도 하루로 동일(90% 이상이 익일배송), 서비스 차별화가 전혀 없다.
이처럼 서비스가 평준화되다 보니 한 회사가 택배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는 얼마든지 다른 택배사업자로 구매를 전환하는 것이 택배요금 인상에 큰 걸림돌이다. 특히 개인고객들은 일회성 서비스 이용이 많아 구매전환이 매우 쉽고, 기업고객도 복수 택배사업자 이용으로 구매전환이 비교적 용이해 양사의 합병으로 시장 가격을 좌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가 택배 주요 경쟁사업자 의견을 조회한 결과,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가 구매를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체국택배 등의 서비스 능력을 감안할 때 소비자가 구매를 전환하더라도 경쟁사업자들이 대체 수요를 충당할 능력을 갖고 있어 쉽게 요금 인상이 어려운 특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택배가격 인상의 걸림돌 작용하는 원인은 물량규모가 큰 기업고객의 경우 택배사와의 가격협상에 있어 협상력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택배 서비스 상품 다양화해야
국내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대형 택배사 출현을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배요금인상이 요원한 것은 각 택배사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고객이 개별 협상을 통해 요금이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도 요금 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금인상이 가능하려면 지금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택배상품을 좀더 다양한 형태로 나눠야 한다는 지적이다.
택배 전문가들은 “똑같은 상품에 여러 사업자가 경쟁하는 한 요금 인상은 요원하다”며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더 저렴한 상품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에 합당한 특화 택배상품을 만들어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가령 고객 맘대로 시간과 장소를 지정한다던지, 규격화된 포장박스를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상품을 만들어 한다. 또 미국의 아마존과 같은 당일 배송 서비스를 늘리는 등의 특화상품 출현을 통해 고객들이 수긍하는 가격으로 요금을 인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정우 기자 jwson@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