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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세계로 갈 때 어떤 소리들이 들려올까

극단 바람곶의 음악극 ‘꼭두-마지막 첫날’ LG아트센터 기획공연 20∼22일

눈썰미 있는 관객에게 박새봄 작가·원일 음악감독(바람곶 예술감독)의 조합은 가슴이 설렌다. 2002년 심청전과 춘향전의 결합, 판소리와 인형극·뮤지컬의 결합으로 새로운 국악 뮤지컬의 지평을 열었던 ‘인당수 사랑가’의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아니던가. 그들이 LG아트센터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극단 바람곶의 음악극 ‘꼭두―마지막 첫날’(20∼22일)로 재회한다.

‘꼭두’는 상여에 꽂아 장식하던 목우(木偶·나무인형)을 일컫는 말이다. 외로운 망자를 위로하고 호위해 죽음의 세계로 안내하던 존재였다. ‘꼭두―마지막 첫날’ 공연은 한 평범한 남자 ‘운생’이 꼭두들과 만나 벌어지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떤 한 사람이 느닷없이 죽게 되고 꼭두를 만나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에 저항하지만, 꼭두의 도움을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결국은 죽음으로 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원일(예술감독·피리와 타악기), 박순아(가야금), 박우재(거문고), 이아람(대금), 박재록(시타르)으로 구성된 한국음악그룹 바람곶.
현대무용가 정영두는 안무와 함께 주인공 운생으로, 한국무용가 이애주는 꼭두의 세계를 관장하는 꼭두 ‘엄’으로서 신성하고 근원적인 메시지를 춤사위에 실어낸다. 원일(예술감독·피리와 타악기), 박순아(가야금), 박우재(거문고), 이아람(대금), 박재록(시타르)으로 구성된 바람곶의 창작음악에 다양한 무대예술 자원이 결집되는 형식이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이야기도, 무용도 아닌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배경음악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장면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바람곶은 전통악기의 상투적인 연주법에서 탈피한 자유분방한 소리와 음향효과들로 관객의 총체적 감각을 일깨운다. 바람곶의 단원들은 극 속에서 단순한 연주자일 뿐만 아니라 꼭두로 존재한다.

원일 감독은 “여러 종교에서 다루는 죽음의 공통점은 말이 아니라 ‘소리’가 죽은 영혼을 안내한다는 점”이라면서 “내가 죽음의 세계로 넘어갈 때 과연 어떤 소리들이 들려오며 어떤 꼭두들과 만나게 될까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LG아트센터 기획공연 ‘꼭두―마지막 첫날’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는 아이디어로 활동해온 아티스트들이 만나 ‘꼭두’에서 받은 삶과 죽음의 영감을 풀어나간다.
움직임과 전통음악이 결합된 이 작품은 안무가와 음악가가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하는 음악극이다. 정영두는 “클래식 음악과 무용이 결합된 현대무용 작품에서 관객이 음악보다 움직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면, 이번 작품은 몸을 안 보이게 하면서 음악이 들리게 해야 한다. 움직임을 청각화시키는 작업”이라면서 “안무가로서 완성도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면서도 동시에 최대한 음악 뒤로 숨는, 가장 큰 도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극작가 역시 기존 무대에서 중심축이었던 언어의 자리를 음악에 기꺼이 내어준다. 덕분에 무대예술의 다양한 요소들이 밀고 당기며 길어올리는 무대예술의 본질적인 맛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박새봄 작가는 “주인공인 운생이 꼭두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는 것과 존재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라면서 “살고 죽는 것도 ‘존재한다’는 개념 안에 공존하는 것이고 서로 연결돼 있는 순환적인 개념임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석 4만원. (02)2005-0114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