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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 우주 신대륙 열 ‘콜럼버스 망원경’

‘더 큰 망원경’은 천문학자의 꿈

거대 마젤란 망원경에 큰 기대

휴가의 계절이다. 휴가계획을 세우는 데도 인터넷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인터넷 지도의 기능이 막강해져서 인공위성과 항공기에서 찍은 영상이 지도에 겹쳐 나타나 가고자 하는 곳 주변의 모습을 상세히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그곳의 거리 모습을 내가 그곳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살필 수 있게 됐다.

인터넷 위성영상지도를 보면 그 자세함에 놀라게 된다.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위성영상의 정밀도가 이런 정도이니 군사용이나 첩보용으로 사용하는 영상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영화에서 보듯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호일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지상의 영상을 얻기 위한 위성에는 당연히 망원경이 탑재돼 있다. 이 망원경에 적절한 검출기를 결합해 영상을 얻는다. 따라서 영상의 정밀도는 그 위성에 탑재한 망원경의 성능에 좌우된다. 여기서 성능은 분해능을 의미한다. 분해능은 망원경에 사용된 반사경이 완벽하게 가공됐다면 직경에 의해 결정된다. 즉, 직경이 큰 망원경일수록 더 좋은 분해능을 갖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데 지구대기가 만든다.

천문학자들은 늘 더 큰 망원경을 갖길 원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더 큰 망원경은 빛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어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어두운 천체를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보아 왔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리적으로 더 큰 망원경이 더 좋은 분해능을 갖기는 하지만 크다고 분해능이 무한히 좋아지지는 않는다. 지구의 대기가 방해를 하기 때문이다. 대기의 온도 차이는 밀도 차이를 만들고, 밀도 차이는 굴절률의 차이를 가져온다. 공기의 온도를 측정해 보면 불과 30cm 떨어진 두 곳 사이에도 온도 차이가 있다. 아주 미세한 온도 차이로 인한 굴절률의 차이가 대기층 두께만큼 쌓이게 되면 상당한 양이 된다. 이것이 분해능의 한계를 가져온다.

지상에서 우주를 보는 경우 천체를 관측하기에 이상적인 곳에서도 대략 0.6초가 분해능의 한계다. 우리나라 소백산천문대나 보현산천문대의 경우는 평균 1.5초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큰 망원경을 설치한다 해도 이보다 좋은 분해능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직경 2.4m에 불과한 허블우주망원경이 보내온 천체사진을 보면 그보다 훨씬 큰 지상망원경으로 쵤영한 영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선명하다.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인데 허블망원경의 분해능은 대략 0.1초 정도이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고 했다. 지상망원경으로도 대기에 의한 어른거림을 제거하고 우주에서와 같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능동광학이라는 광학시스템이 그것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형망원경은 대부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개발 중인 거대망원경은 예외 없이 이 방법을 적용한다. 우리나라가 미국, 호주 등과 공동개발 중인 직경 25m 거대마젤란망원경(GMT)에도 능동광학을 적용해 서울에서 제주도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분별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을 갖게 된다. 이 망원경을 이용하면 우주에 처음 만들어진 은하와 별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허블망원경보다 훨씬 선명하게 우주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다.

약 10년 후 이 망원경이 관측을 시작하면 지금까지 누구도 보지 못한 우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인류의 사고 지평은 그만큼 넓어질 것이다. 우주를 확장하는 콜럼버스가 탄생할 그날이 기다려진다.

김호일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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