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리뷰] 33과 신비한 숫자이야기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된 數秘主義 입력 2011-03-02 18:01:23, 수정 2011-03-03 09:45:10 최근 ‘The 33’이라는 제목의 책의 출간과 더불어 칠레 광부 구조 사건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2010년 8월5일 33명의 칠레 광부들이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다가 10월13일에 모두 구조된 이 사건은 숫자 33과의 관련성 때문에 화제가 됐다. 사건이 발생한 8월5일은 1년 중 33번째 주이고, 구조된 (20)10년 10월13일에서 연월일을 더하면 10+10+13이므로 33이 된다. 구조작업을 시작한 지 33일 만에 굴착기가 광부들이 대피한 곳에 도착했으며, 처음 생존 소식을 전한 매몰 광부들의 메시지는 띄어쓰기를 포함하면 모두 33글자로 이루어졌다. 칠레 대통령은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33을 마술숫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칠레 광산 붕괴 사건을 33이라는 수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경향은 일종의 ‘수비주의’(數秘主義·numerology)라고 할 수 있다. 수비주의는 수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고 신비화하며, 사물이나 현상과 수를 연결시키는 경향을 말한다. 수비주의의 근원은 만물이 수로 이루어졌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타고라스학파에서는 1은 이성, 2는 여성, 3은 남성, 4는 정의, 5는 결혼, 6은 창조를 상징하는 식으로 각 수와 의미를 연결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피타고라스학파는 수를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정의하고 분류했다. 그중의 하나가 ‘친화수’이다. 친화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수’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10의 약수는 1, 2, 5, 10이다. 어떤 수이건 그 수로 나누면 나누어 떨어지므로 자기 자신은 약수에 항상 포함된다. 친화수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서로 엇갈리면서 같아지는 한 쌍의 수를 말한다. 대표적인 친화수의 예는 220과 284이다. 220의 약수는 1, 2, 4, 5, 10, 11, 20, 22, 44, 55, 110, 220인데 이 중에서 220을 제외한 나머지 약수들을 모두 더하면 284가 된다. 마찬가지로 284의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 1, 2, 4, 71, 142를 모두 더하면 220이 된다. 성경의 창세기 32장에는 야곱이 형 에서를 위해 염소와 양을 보냈는데 그 수가 각각 220마리라고 적혀 있다. 야곱이 형 에서와 화친하기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성경의 느헤미야 11장에는 ‘거룩한 성에 레위 사람의 도합이 284명이었느니라’는 내용이 있다. 친화수가 되는 경우를 조사해 보면 (1184, 1210), (12285, 14595)와 같이 짝수끼리 혹은 홀수끼리의 쌍이 된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짝수가 여성, 홀수가 남성을 나타낸다고 보았기 때문에 친화수는 동성인 수가 되며, 우정을 상징하는 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친구끼리 우정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친화수인 두 수를 적어 일종의 부적처럼 나누어 갖는 풍습이 한때 성행하기도 했다. 친화수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은 성질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친화수의 개수가 유한개인지 무한개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학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일반인이 그 의미조차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지만, 친화수와 관련된 문제는 적어도 이해하기는 쉽다는 측면에서 ‘착한’ 미해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