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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트로트 걸그룹 '오로라'서 배우로 은설, "오랜 시간 돌아 꿈에 닿았죠"

'남격' 합창단 출연 행운
뮤지컬 캐스팅까지 이어져
토종 코믹 '…씨저스패밀리'
백치미 미용사역 맹연습중
다음엔 드라마 도전해볼래

은설 하이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데뷔한 5인조 트로트 걸그룹 오로라의 리더 은설(본명 조은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서울 중구 신당동 충무아트홀 블랙중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토종 코믹뮤지컬 ‘NEW 씨저스패밀리’에서 샤론리 역으로 출연 중인 은설은 현재 오로라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데뷔 1년밖에 안된 그룹의 리더가 본업인 가수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니 오해를 받을 만 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소속사와 협의 끝에 연기자 전업을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면서 뮤지컬 출연 제의를 받았고 평소 꿈이었던 연기자로 활동할 기회여서 아예 전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연 연습에 한창인 은설을 만났다.

“그 때 합창단에 도전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저뿐만 아니라 박칼린 감독님이나 선우, 배다해, 신보경 등이 출연했죠.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고 소속사를 통해 뮤지컬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어차피 뮤지컬에 출연하면 오로라 활동에는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 기회에 연기자로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죠. 소속사에서도 흔쾌히 그렇게 하자고 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오랜 시간을 거쳐 이룬 꿈이다. 다니던 무용학과를 그만두고 연극영화과로 진학해 연기자의 꿈을 키우던 은설은 오로라 이전에 먼저 가수로 데뷔했다. 그 전에 이미 여러 CF로 얼굴을 알렸다. 1999년 상경해 광고 모델로 활약하다가 박효신, 박화요비, 양파 등이 소속된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음반 데뷔는 2003년에야 이뤄졌다. 2002년 결성한 3인조 여성그룹 미시밴드 막내 멤버로 합류해 이듬해 음반을 발표한 것. 하지만 잇달은 악재에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계속 광고 모델 일만 해야 했다. 그러다 제대로 기회가 오긴 했다.

“MC몽이 제가 허니패밀리의 객원가수로 활동한 것을 알고 자신의 신곡에 피처링을 부탁해왔어요. 그 곡이 바로 ‘서커스’였죠. 덕분에 당시 가요기획사들로부터 영입 제의를 많이 받게 됐어요. 하지만 필리핀 어학연수를 계획하고 있어서 그냥 떠났죠. 다녀와서도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려고 모든 제의를 거절했어요.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었거든요.”

은설 하이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커스’에서 나오는 묘한 여성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은설이었던 것. 어쨌든 그렇게 다른 분야에서 나름 성공을 거두고 나자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절묘한 시점에 현 소속사의 영입 제의를 다시 받았다. 그렇게 해서 오로라의 리더로 또다시 가수로 활동하게 됐다.

“연기자의 꿈은 계속 갖고 있었죠. 하지만 가수로 데뷔하더라도 연기 분야로 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은 있었죠. 지난해 ‘남자의 자격’ 합창단 팀에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것도 행운이었던 셈이에요. 제가 노래를 아주 잘 부르는 것도 아닌데 그저 합창이라는 측면에서 참여하는 데 의의를 뒀는데 뮤지컬 캐스팅까지 이어졌어요. 기쁘기 그지없죠.”

공연은 4월24일까지 계속된다. 역할도 잘 맞는다. 샤론리는 과거 탤런트 장영란이 맡아 연기했던 캐릭터로 백치미가 넘치는 순박한 미용사다. 자신의 꿈을 처음으로 이룬 은설은 놀라우리만치 최대한 자연스럽게 배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본격 연기 행보에 나선 은설은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검토 중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