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감춰둔 엘리트 꽃도령들을 만나다 입력 2010-09-02 14:15:07, 수정 2010-09-03 10:02:29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이 성균관 유생으로 등장하는 <성균관과 스캔들>은 그 동안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꼭꼭 감춰 놓았던 젊고 인물이 수려하고 개성 또한 풍부하며 신분까지 우월한, 제도권의 수혜를 받은 꽃도령들의 모습을 철저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다. 그 동안 조선에는 젊은 남성이 너무나 없었다? 물론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후궁들의 암투나 권력 투쟁을 그린 궁중 사극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만들어지곤 했다. 특히 숙종의 후궁이었던 장희빈의 경우 육체 혹은 애정을 미끼로 드라마틱한 신분상승을 이룬 여인으로 지금까지도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간판스타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애정행각은 어디까지나 다분히 정치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순진무구하지만 후궁체계에 적응을 하고나면 여인은 급속히 개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이고 부부가 되고 나면 나무 욕조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목욕을 하는 장면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동시에 왕의 흥미도, 시청자의 흥미도 더 이상 로맨스에 머물지 않게 되고 매력을 잃은 여인은 오로지 기를 쓰고 얻은 자신의 자리 지키기와 세력 불리기에 집착하여 유치하고도 악랄한 음모를 쉴 새 없이 되풀이하곤 한다. 그 안에서 언급되거나 이용당하는 남자들 대부분은 수염과 주름이 가득한 중년과 노년의 남성들이거나 남성을 상실한 환관들이다.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했던 조선은 이처럼 드라마에서 조차 여성 시청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반면 여성이 얼마든지 남성 우위에 설 수 있었던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선덕여왕>의 경우, 곳곳에 어리거나 젊거나 혹은 연륜이 묻어나는 미남들을 배치해 여성시청자들에게도 훈훈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성균관과 스캔들>이 ‘왕’ 그리고 ‘궁중’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사극들보다 한층 젊은 이유는 권력의 실세가 아닌 실세의 자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과거 시험을 치르고 성균관에 입학한 이들은 정치를 하면서 온갖 풍파를 겪어온 노회한 어른이 아니라 명문가의 자제로써 향후 중앙정치에 입성할 프리미엄 티켓을 거머쥔 풋풋한 청년들이며 한창 미모가 물오를 나이의 총각들이다. 물론 과거 시험 응시 자격 중 ‘양반’이어야 한다는 신분적 제한은 있었으나 연령 제한은 없었으니 성균관 유생들의 경우, 고만고만한 또래였기 보다는 젊은 사람과 나이가 든 사람들이 섞여 있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하지 않았던가. 굳이 그런 존재들이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 <성균관과 스캔들>의 주인공 4인방은 당시 조선에서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동등하다. 일단 모두 양반’이라는 점에서 신분적으로 우월하며 또 과거라는 문턱을 넘어 성균관에 입학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우수함을 검증받은 엘리트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게다가 한 가지 더, 빈부와 집안 그리고 정치적 성향의 차이는 있지만 수려한 미모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을 정도로 발군이다.
![]() 박유천이 연기하는 이선준은 외모와 실력과 배경을 두루 갖춘 ‘완벽남’으로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세도 당당한 명문가의 자제로 태어났을 뿐 아니라 옥골선풍(玉骨仙風)의 준수한 외모를 지녔으며 학당에서 동문수학한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수재이다. 자신의 배경이나 지위를 이용하거나 거만하지는 않지만 지나칠 정도로 정도(正道)만을 추구하다 보니 인간관계가 썩 좋지는 않다. 게다가 자신의 원칙에 어긋나면 언제 어디서고, 심지어는 왕 앞에서도 당당하게 입을 열고 ‘바른 말’을 하니 ‘적당히 요령껏’ 사는 평범한 양반가 자제들이 보기에 영 탐탁지 않을 수 있다.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1~2화에서 그는 주로 별다른 무늬나 장식이 없는 푸른 색 옷을 입어 ‘이선준’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표현했다. 여기에 박유천이 지닌 곱상한 얼굴 윤곽이며 수염자국조차 없는 매끈한 피부와 잘 어우러지는 새침한 이목구비, 우아한 목선과 훤칠한 키는 이선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처럼 머리카락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하게 틀어 올린 상투를 보고 있자니 한때 ‘농민봉기’ 스타일의 분방한 모습을 선보였던 것이 거짓말 같이 느껴진다. 향후 그의 얼굴 중에서 가장 큰 반전을 보일 부위가 있다면 아마도 도톰하면서도 불그스름한 입술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입술은 차갑고 딱딱한 말들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쑥 개떡을 오물거리는 잠깐의 순간에도 정중동의 변화무쌍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앞으로 회를 거듭하면서 로맨스가 펼쳐지게 된다면 박유천의 입술은 특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리라 생각된다. 잘 나가는 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구용하
![]() 박유천이 연기하는 이선준이 아무런 의도 없이 자체발광의 매력을 은근하게 발산하는 스타일이라면 송중기가 연기하는 구용하는 워낙 타고난 미모에 스스로 아낌없이 투자를 해 가며 대놓고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그는 매번 부유함을 한껏 과시라도 하듯 자신을 군계일학으로 돋보이게 만들어 줄 만큼 화사한 옷을 입고, 다양한 부채를 소품삼아 윙크를 날리며 자신에게 혹한 여인들을 자유자재로 유혹한다. 그는 주로 수가 놓여 있거나 다채로운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색깔에 비단을 넉넉하게 써서 만든 풍성하고도 옷을 입는데 슬림한 몸매와 큰 키 덕분에 등장할 때마다 장터 혹은 주막을 순식간에 패션쇼로 만들어버린다. 유생이라는 신분에 과하다 싶을 만큼 온 몸을 명품으로 그야말로 도배를 하고 자랑스러운 듯 거리를 활보하는 당당한 모습에서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여기에 잡티 하나 없는 뽀얀 피부와 깎아 놓은 것 같은 V라인, 그린 듯이 쭉 뻗은 눈썹 덕분에 오히려 그가 ‘여장남자’라고 해도 믿을 법하다.
![]() 인상적인 액션 장면으로 첫 등장한 유아인은 성균관 유생임에도 불구하고 방안에 틀어박혀 글 읽는 백면서생의 이미지를 단박에 떨쳐내며 ‘짐승남’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가 연기한 문재신은 자기중심적인 척 하지만 정의롭고 터프하면서 주먹도 세고, 공부에는 도통 관심은 없지만 성적은 우수하고 세상일에 관심 없는 척 하지만 사실은 가장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향후 그는 박유천과 한방에서 기숙 생활을 하게 될 예정인데 곱상한 ‘샌님’ 스타일인 이선준과 정 반대 캐릭터인 그가 ‘방’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보여줄 각기 다른 매력이 기대된다. 또한 캐주얼한 의상 외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성균관 ‘교복’과 갓과 도포를 입었을 때 반항아다운 어떻게 소화해 낼지도 무척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