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설레게 하는 스승들 입력 2010-05-14 13:39:34, 수정 2010-05-14 13:43:30 날이 갈수록 ‘스승’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쇠락해지고 있지만 매년 스승의 날은 찾아온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그 자체로 무엇보다 아름답지만 실상 그 아름다운 인연을 오롯하게 지켜가기란 스승에게도 제자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학생 시절을 빛나게 만들어 주는 한 송이 연꽃 같은 스승들이 있기에 희망은 존재한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제자들을 설레게 만든 남자 선생님들을 소개한다. <반항하지 마>의 소리마치 다카시 ![]()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8년 여름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은 인물이 있으니 바로 소리마치 다카시다. 만화가 후지사와 토오루의 원작 <GTO : Great Teacher Onizuka>를 드라마로 만든 <GTO : 국내에서는 ‘반항하지 마’로 방영>에서 ‘오니즈카’ 역을 맡아 열연한 그는 함께 출연했던 인기 여배우 마츠시마 나나코와 ‘모두가 바라는’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며 인기와 부러움을 한 몸에 누렸다. 당시 뜨거웠던 그의 인기 비결은 스캔들도 한 몫 했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인 ‘오니즈카’ 선생 덕분이기도 했다. 모델 출신답게 어떤 후줄근한 옷을 입어도 스타일리 살아나는 크고 균형 잡힌 마른 몸매에 강단이 있는 성격에 어울리는 가무잡잡한 피부 여기에 날렵한 턱 선과 개구쟁이 같아 보이는 눈빛, 지나치게 남자다워 보이는 것을 예방해주며 웃을 때면 귀여운 느낌을 주는 보조개까지 소리마치 다카시의 타고난 비주얼은 상남 지역을 주름잡던 폭주족 출신의 교사 ‘오니즈카’에 딱 맞아 떨어졌다. 교사가 된 후에도 오니즈카는 예쁜 여자라면 마냥 좋아하고 옷차림이며 거리낌 없는 말투 때문에 동료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로부터 비웃음을 산다. 하지만 교사로서의 권위나 학생들의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등교거부, 자살 시도 등등 일반 교사들이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 학생들의 문제를 몸으로 부딪쳐 직접적으로 해결하거나 피부로 와 닿는 조언을 해주며 학생들과 거리를 좁혀 나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학생을 만나거나 심각한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거나 어설픈 의협심이나 책임감을 발휘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통해 이기적이던 학생들은 스스로 마음을 바꾸고 또 상처를 받고 소통을 두려워하던 학생들은 그를 믿고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복귀했다. 여학생은 물론 남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을 법한 선생님이다. <내 마음의 풍금>의 이병헌과 <사랑해 당신을>의 감우성 ![]()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은 영화배우 이병헌과 전도연이 1999년 함께 출연했던 작품이다. 1960년대 시골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강원도 초등학교에 갓 부임한 21살 총각 선생님으로, 전도연은 그를 짝사랑하는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나와 막무가내여서 더윽 순수한 짝사랑 그리고 달콤하면서고 아련하고 슬픈 첫사랑을 앓으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보여주었다. 관객들은 이병헌이 분한 새내기 선생님의 어눌한 부분을 보며 웃음을 지었지만 한참 어린 동생들과 학교 ‘친구’로 지내온 16살 홍연에게 그는 다른 세상에서 온 것처럼 잘생기고 완벽한 왕자님이나 다름없었다. 선생님의 한 마디에 가슴이 떨리고, 눈만 마주쳐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르고, 매일 숙제로 써야 하는 일기장에 선생님을 향해 구구절절한 고백을 늘어놓는 전도연의 모습은 미래의 ‘칸의 여왕’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그녀가 그토록 가슴앓이를 하던 선생님, 이병헌은 한류 사대천왕의 자리를 넘어서 헐리우드까지 진출했으니 비록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역시 ‘칸의 여왕’ 홍연이는 남자보는 안목 또한 예리했다. 감우성과 채림이 출연한 <사랑해 당신을>은 선생님을 향해 용감하게 사랑을 고백하고, 졸업 후 결혼에 골인하는 해피엔딩 사랑 이야기이다. 여기서 감우성은 어느 여학교에서나 한 번쯤 꿈꿔보았거나, 어떤 여학생이든 한 번쯤 가슴앓이를 해 보았을 법한 상큼하고 핸섬한 선생님을 연기했다. 그리고 채림은 가슴앓이에서 그치지 않고, 사랑을 쟁취하는 용감하면서도 귀엽고 발랄한 학생을 연기했다. 선생님과 제자로 나오는 분량 보다는 수능 및 졸업 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과 또 결혼을 하고 부부로써 살아가면서 겪는 달콤함과 갈등 등이 더 많았지만 남편이 된 후에도 ‘선생님’ 시절 반했던 모습을 잃지 않았던 감우성의 연기는 많은 여학생들에게 설렘과 환상 그리고 한 줄기 희망을 주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선생님 ![]() 장예모 감독이 연출하고 말간 얼굴을 한 스무 살의 장쯔이가 출연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역시 시골 마을에 온 선생님을 사랑하게 된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만 그 소녀는 학생은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향한 시골 소녀의 예쁜 마음이 담겨 있다. 학교 건물조차 없는 마을에 처음으로 도시에서 선생님이 오던 날, 눈 먼 어머니와 함께 살던 자오 디는 아껴 둔 붉은 색 옷을 입고 그를 환영하러 간다. 마을 사람들 속에 손을 흔들던 자오 디는 그와 잠깐 눈이 마주치고 애써 내색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설렌다. 그 후 학교가 다 지어지고 나서 첫 수업을 하던 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모여서 글을 읽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반면 글을 모르는 자오 디는 그의 글 읽는 목소리가 좋아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수업을 구경하지 않게 된 후에도 일부러 집에서 먼 곳에 있는 학교 근처 우물로 물을 길으러 다닌다는 핑계로 선생님의 주변을 맴돈다. 또 하교 길에 그가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것을 알고는 나물바구니를 들고 하염없이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마침내 두 사람이 서서히 감정을 느낄 무렵 그는 느닷없이 도시로 돌아가게 된다. 그가 도시로 돌아가던 날, 자오 디는 그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만두를 그릇에 담아들고 하염없이 산을 뛰어다니지만 결국 전하지 못한 채 넘어지고 깨져버린 그릇을 챙기며 눈물을 펑펑 쏟는다. 겨울이 되어도 그는 돌아오지 않자 자오 디는 홀로 아무도 없는 학교에 가서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칠판을 닦을 때 글이 적혀진 부분을 혹시라도 지울까봐 조심스럽게 걸레질을 하고 붉은 색 종이를 오려 예쁘게 문풍지를 바른 뒤 우두커니 앉아 있던 자오 디를 발견한 이장님에 의해 결국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다. 연애가 없던 시절이기에 마을은 온통 자오 디와 선생님의 이야기로 어수선해지지만 오직 그를 기다리는 자오 디의 마음은 일편단심이다. 마침내 선생님이 자오 디를 위해 돌아와 잠시 수업을 다시 시작했을 때, 고열에 감기 몸살로 누워있던 그녀는 벌떡 일어나 학교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의 얼굴을 발견한다. <집으로 가는 길>은 스승과 제자 간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선생님을 사랑하는 시골 소녀의 순수한 마음을 너무나 아름다운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반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도시에서 온 선생님이 시골에서 살아온 자오 디 보다 훨씬 시골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