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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전용교실 따로 마련, 과학이론·실험 수업 동시에…

올해 문 연 ‘과학중점학교’ 마포고
과학적 소양 갖춘 시민 양성 목표… 2·3학년 때 본격적인 심화 학습

서울 마포고(강서구 가양동)는 수학 시간마다 학생들이 수학 전용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다. 보통 교실에는 칠판이 1개뿐이지만 이 교실은 온 벽에 6개 이상의 칠판이 붙어 있다. 천장에는 움직이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어느 칠판에 적혀 있는 내용이든 대형 화면을 통해 편하게 볼 수 있다. 과학실도 여러 개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각 교과별로 이론과 실험 수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넓은 전용교실이 따로 있다. 일반계고인 이 학교가 과학고보다도 뛰어난 시설을 갖춘 이유는 올해부터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마포고 1학년 학생들이 물리전용교실에서 전자칠판을 활용한 수업을 듣고 있다.
마포고 제공
과학중점학교는 과학고와 비슷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일반계고다. 과학고나 영재학교가 고급 과학지식을 갖춘 전문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한다면 과학중점학교는 과학저술가, 환경전문가, 과학전문기자 등 과학에 대한 심도 있는 소양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0월 마포고를 포함해 총 53개교를 지정했다.

기자가 마포고를 찾은 지난 24일, 1학년 11반 학생들이 화학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날의 주제는 ‘과학자가 갖춰야 할 윤리’. 교사가 터치스크린을 통해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이 끝난 뒤 화면을 터치하자 ‘사회에 해가 될 줄 알면서도 과학적 연구를 하려는 과학자들의 의도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나타났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말했다. 교실에는 전자 교탁, 전자 칠판도 구비돼 있었다.

학생들 뒤쪽으로는 10여개의 실험대가 놓여 있고 벽 양쪽에 늘어선 진열장에는 각종 시약과 실험기구 등이 정리돼 있다. 전문 연구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안전샤워기까지 갖췄다. 이 학교 정용출 과학부장은 “일반적으로 다른 학교에선 이론 수업은 교실에서 하고 실험만 과학실에서 하는데 우리 학교는 모든 과학 교과 수업에서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가 이 같은 시설을 갖추게 되기까지는 5개월간 4억원이 들었다. 지난해 10월 교과부로부터 과학중점학교 지정 통보를 받은 뒤 정 교사는 밤낮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 과학교실 4개, 수학교실 2개만 만들면 됐지만 이 학교는 수학교실 1개를 더 만들었다. 지원금이 빠듯해 시공업체와 가격 흥정을 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교사들의 노력으로 신입생들은 최첨단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고 덕분에 과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과학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도 각종 시각적 효과가 가미된 수업을 들을 때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1학년 김태준군은 “원래 과학을 좋아했지만 좋은 시설에서 수업을 들으니까 머리에 더 잘 들어오고 흥미도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되면서 자율학교로 바뀐 마포고는 학년별로 교육과정이 달리 운영된다. 1학년 1학기 때는 과학·수학 전문교육 전문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교과전용교실에서 이들 과목에 대한 수준별 수업, 실험·탐구수업 등을 진행한다. 2학기에 집중이수제를 통해 ‘글로벌 이슈와 과학’ 특별교과 수업을 진행하고 재량활동을 통해 과학, 수학 심화학습이 이뤄진다. 이들 과목은 수준별 이동수업도 3개 학급을 4개 학급으로 나눠 소규모로 진행된다. 또 입학사정관제 등을 대비해 과학·환경 관련 글짓기 대회, 과학퀴즈대회, 발명대회, 수학 탐구력 발표대회 등 체험활동을 연 60시간 이상 실시할 계획이다.

1학년 때는 과학, 수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는 데 주력한다면 선택중심 교육과정인 2∼3학년에는 본격적인 심화학습이 이뤄진다. 전체 12개 학급 가운데 희망자를 받아 3개 학급 정도를 ‘과학중점과정‘으로 운영하게 된다. 이들 학급은 일반학교에서 학기당 35단위인 과학과 수학 교과 수업 시간을 37단위까지 확대해 관련 소양교육을 강화한다. 수학 4과목(수학Ⅰ.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과 과학 8과목(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물 Ⅰ·Ⅱ, 지구과학 Ⅰ·Ⅱ)이 필수이수과목으로 지정되며 과학 전문교과(과제연구Ⅰ), 수학 전문교과(고급수학), 특별교과(과학융합)가 개설된다. 과학중점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이수 관련 사항을 충실히 기재해 대학 진학 자료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일반계 고교 3년간 과학, 수학 과목 이수비율은 자연계열이 전 과목의 30% 이내지만, 이 학교는 50%가 넘는다.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가 60%임을 감안하면 일반계고교이지만 상당히 특화된 교육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교과부는 2012년까지 총 100개의 과학중점학교를 지정할 예정이다. 올해는 일반계고와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뽑았지만 내년부터는 자율형사립고처럼 학생들의 지원을 받는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과학교육 관련 학교 비교
구 분 일반계고 과학중점고교 과학고, 과학영재학교
교육목표 모든 과목에 대한 고른 지식 함양 과학에 대한 심도 깊은 소양 함양을 통해 다양한 미래 환경에 적응 가능한 시민의 양성 고급 과학능력을 갖춘 전문인력(과학자, 기술자) 양성
모집대상 일반 학생 과학에 흥미와 관심이 높은 학생 과학적 성취 능력과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학생
모집방법 배정
(선지원 후추첨 포함)
선지원 후추첨 면접, 영재성검사, 캠프 등 선발전형 실시
학교규모 학급당 35명 기준, 지역 여건에 따라 학교 규모 결정 일반계 고등학교의 규모. 과학중점과정 2∼4학급 이상 포함 학급당 20명 기준, 지역 여건에 따라 학교 규모 결정
교육과정 국가 교육과정에 준하는 교육과정 이수 국가 교육과정에 과학수학 교과 이수기회 확대, 과학소양 함양을 위한 특별교과 신설 국가의 과학계열 전문교과 교육과정에 준하는 과정
수학·과학 비율 30% 내외 40∼50% 내외 60%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