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깨친 생존의 법칙… 예언자 살인·폭력 난무 범죄스릴러로 시작 입력 2010-03-04 16:51:17, 수정 2010-03-05 00:33:14 고아로 소년원을 전전하다가 스무 살이 되기 직전 교도소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된 말리크(타하르 라힘). 그는 그곳을 장악하던 코르시카 출신 갱두목 루치아니(닐스 아르스트뤼프)의 협박에 못 이겨 아랍계 레예브(레다 카텝)를 살해하면서 진짜 범죄자의 길에 들어선다. 이후 말리크는 루치아니의 보호를 받지만 태생이 “더러운 아랍놈”이기에 늘 허드렛일만 하는 신세다. 루치아니의 개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글 공부를 하며 자신이 주도하는 미래를 꿈꾸던 말리크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 하지만 이내 극단적인 범죄 세계에 대응해나가는 말리크의 심리와 변화상에 집중하면서 한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휴먼드라마로 전환한다. 말리크는 비릿하고 처절한 폭력의 장인 교도소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밑도 끝도 없는 적의와 공포는 물론 살가운 친구, 가족과 같은 파트너, 목숨을 걸 만한 목표 등을 갖게 되고 야수와도 같은 생존 본능과 뛰어난 머리, 치밀한 술수를 이용해 원하던 바를 조금씩 이뤄간다. 그의 귀여운 순진함과 훈훈한 교감, 통쾌한 복수, 따뜻한 결말 등으로 영화는 어두운 극적 분위기에도 웃음을 곧잘 이끌어낸다. 이슬람 무함마드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예언자’는 갱스터 무비 형식을 빌려 고난과 깨달음, 계시, 구원 등 각 종파를 초월한 종교적 함의까지 전하는 울림이 큰 영화이기도 하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아랍계 재소자들의 기도 모습과 ‘널 창조한 하느님을 찬양하라’는 직접적인 대사 외에도 가브리엘 천사와 비슷한 분위기의 레예브 환영과 기독교의 사순절과 같은 말리크의 독방 수감 기간 등 영화에는 숱한 종교적 은유와 상징이 깔려 있다. ![]() 교도소라는 비정한 생존의 장에서 결국 뜯고 뜯기는 관계일 수밖에 없는 말리크와 루치아니는 두 배우의 호연으로 리얼리티와 생동감을 부여받는다. 이번 영화가 첫 주연작이라는 타하 라힘은 글도 모르는 어리버리한 초짜 재소자에서 온몸으로 폭력과 협잡, 배신으로 작동되는 교도소 생리를 터득해 최후의 승리자로 변모해나가는 말리크의 요동치는 심리와 미세한 위상 변화를 눈빛과 표정만으로 너끈히 표현해낸다. ![]() 세자르영화제 신인 작품상을 수상한 데뷔작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1994)를 시작으로 ‘영웅 알베르’(1996), ‘내 마음을 읽어봐’(2001), ‘내 심장이 건너 뛴 박동’(2005) 등 발표작마다 칸과 베를린 등 세계 유수 영화제의 비상한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예언자’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최근 열린 세자르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었고 7일 열리는 미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1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