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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항상 웃음꽃… 사랑과 화목 쑥쑥 자라”

‘다둥이네’ 강인구 변호사·신한미 판사 부부의 가족 사랑

부부는 살아가면서 닮는다지만 닮은 사람이 만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법무법인 남명의 강인구(42) 변호사와 서울가정법원 신한미(38) 판사는 모두 결혼 전부터 다자녀 갖기를 꿈꿨다. 4대 독자인 강 변호사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 10촌이라 어릴 때부터 형제 많은 집이 마냥 부러웠다. 남동생 한 명밖에 없던 신 판사도 여동생 없는 게 내내 아쉬웠다. 그래서 결혼하면 2남2녀는 낳겠다고 결심했다. 결혼 전에 신 판사의 ‘희망 자녀 수’를 들은 강 변호사는 기뻐하며 아들 1명을 보태 3남2녀를 갖자고 거들었다.

◇강인구 변호사와 신한미 판사가 24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3남2녀 자녀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남제현 기자
강 변호사와 신 판사는 1995년 사법시험 스터디 멤버로 만나 이듬해 6월 사시 2차시험을 본 뒤 둘 다 ‘합격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같은 해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같이 낙방하는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부부는 1년 동안 분투한 끝에 97년 사법시험 사상 처음으로 ‘부부 동시 합격’이란 영예를 얻었다.

신 판사는 사법연수원에 다니며 첫 아들 현모(11)를 낳은 것을 시작으로 첫딸 지우(9), 차남 예모(7), 차녀 지예(4), 삼남 윤모(1)를 차례로 낳았다. 공교롭게도 부부가 약속한 대로 3남2녀가 됐다.

지난 24일 오전 이들 가족의 보금자리인 서울 서초동 모 아파트를 찾아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 찼다. 아이들은 같이 뒹굴고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그램도 같이 본다. 현모는 “동생들이 가끔 숙제하는 걸 방해하고 레고놀이를 망치기도 하지만 같이 노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으젓하게 말했다. 나이가 비슷한 첫째부터 셋째까지 주로 같이 놀고, 넷째와 다섯째는 서로 엄마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강 변호사는 “막내가 태어나자 넷째가 엄마 아빠의 관심을 끌려고 부쩍 어리광이 늘었다”고 말했다.

‘아이들 이름을 부르지 않느냐’고 묻자 강 변호사는 “애들이 많다 보니 헷갈릴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누가 누군지 몰라 이름 대신 1호, 2호 등 숫자로 부른다”고 멋쩍게 웃었다.

부부는 다둥이의 이점으로 ‘화목’을 꼽았다. 강 변호사는 “항상 집안이 재미있고 즐거우며 대화 거리도 많다”며 “작은 애가 있어 부부가 젊게 살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판사는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집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더욱 더 좋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많아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 변호사는 “아이 한 명보다는 5명 기르는 것이 쉽다”며 “아이가 하나 있을 때는 엄마 아빠에게 매달리지만 여러 명 있으면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며 지하철도 타고 태권도장도 같이 간다”고 말했다. 신 판사도 “주변에서 보육비가 많이 들 거라고 염려하는데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활용한다”며 “사교육은 선택에 따라 많이 들 수도, 적게 들 수도 있는 만큼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하는 이들 부부는 5명의 자녀를 어떻게 돌볼까? 답은 가사 분담이다. 신 판사는 “셋째까지 시어머님이 키워 주셨는데 몸이 편찮으셔서 요즘은 주중에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며 “남편이 퇴근 후나 주말에는 가사 일을 많이 분담해 준다”고 말했다. ‘남편에게 점수를 얼마나 주느냐’고 물어보자 강 변호사는 “그야 100점이지”라고 선수를 쳤다. 신 판사는 “만점에 근접한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바르게 크기를 소망한다. 강 변호사는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기 때문에 수영 등 운동을 많이 시킨다”며 “건강하고 성품이 좋아야지 나중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꾸준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판사는 “뮤지컬 ‘헤드윅’을 봤을 때 남자 배우가 멋있어 애들 중에 배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더니 놀라는 동료가 있었다”며 “공부 이외에 장점이 있으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