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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은 “스타보다는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어”

'화장실 기마자세'로 주목 끈 정가은

◇정가은은 “활동 분야를 넓혀 시트콤에서 역경을 딛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화장실 기마자세는 정말 피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방송 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8등신 송혜교’로 유명한 방송인 정가은(31)이 최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tvN ‘롤러코스터’ 속 코너 ‘남녀탐구생활-여자의 화장실 사용법’편에서 위생 때문에 변기에 앉지 않고 기마자세로 볼 일을 보는 장면이 ‘정가은 기마자세’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것.

정가은은 “치마 안에 바지를 입긴 했지만 변기 옆에 쪼그려 앉은 카메라 감독님 앞에서 치마를 들추는 것이 너무 민망했다”면서 “하지만 하겠다고 해놓고 못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고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송혜교를 닮은 얼굴에 전지현 뺨치는 몸매의 그녀가 화장실에서 기마자세를 하는 것을 보고 여성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꼈고 남성들은 경악했다. 정가은은 이외에도 미니홈피 조회 수 높이기, 감기 몸살에 엄살부리기, 남자친구 앞에서 방귀 뀌고 잡아떼기, 마라톤 하듯 쇼핑하기 등 여성의 심리와 행동을 얄미울 만큼 사실적으로 연기해 호평을 받고 있다.

여자의 속물 근성이나 사적 공간에서 하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것이 여배우로서 쉽지 않을 터. 하지만 정가은은 “그것도 내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연기하면서 ‘아 맞다. 나도 이런다’ 할 때가 많다”며 웃었다.

가장 공감했던 방송분에 대해 그녀는 “어린 마음에 아들딸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감기에 걸리면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엄살을 많이 부렸다”며 “‘감기몸살’편이 제일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남성’편 중에서는 큰 일 작은 일 구분 없이 볼 일을 보고 손을 안 씻는 ‘화장실’편과 라면에 먹다 남은 삼겹살까지 죄다 넣고 끓이는 ‘라면 끓이기’편에서 가장 놀랐다고 한다.

정가은은 나이에 비해 늦게 이름을 알린 편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정가은은 2001년 미스코리아 경남에 당선된 후 몇몇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코미디TV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 시즌5로 얼굴을 알렸다. 그 사이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활동을 접기도 했고, 매니저 없이 직접 운전하며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녀는 “처음 상경해서 친구와 지하 단칸방에 월세를 살았는데 창문을 열면 지나가는 사람 발만 보였다”면서 “지금은 열심히 모아서 전세로 옮겼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SBS ‘스타킹’에 ‘8등신 송혜교’로 출연하면서부터였고, 최근 MBC에브리원 ‘무한걸스’에 이어 ‘롤러코스터’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8등신 송혜교’란 수식어가 배우 정가은에게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아직까지는 좋기만 하지만 송혜교에게 누가 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하단다. 정가은은 “최종 목표는 연기자인데 예능 프로에서 먼저 이름을 알려 코믹한 캐릭터가 굳혀질까 봐 걱정”이라며 “스타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