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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사주산책]하모니카 연주가 전제덕, 타고난 감각… 서정적 재즈 전도사

씩씩·쾌활하지만 결벽·우울한 성정
애초부터 남다른 재능… 인복 두터워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맑고 처연한 음색과 깊은 서정미가 돋보인다.
乾命(건명)
癸壬庚甲(계임경갑) 
卯辰午寅(묘진오인) 
甲戌運(갑술운)

몇 해 전 지인들과 어울려 이태원의 어느 재즈카페에 들린 적이 있는데 필자가 재즈는 잘 몰라도 ‘이건 고급인데’ 하는 느낌이 드는 노래를 한 곡 감상하게 됐다. 말로의 ‘벚꽃지다’. 당시에 이미 국내 재즈계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각광받았던 말로의 엄청난 스캣 앞에 비좁은 무대는 겸연쩍어했다.

“한국 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말로의 3집 앨범 ‘벚꽃 지다’는 도입부의 하모니카 소리로 한층 고운 빛깔을 띠며 사람들에게 깊은 각인을 남겼다. 맑고 처연한 음색과 깊은 서정미는 아무나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감미로운 소리를 내는 하모니카 마스터로 부상한 전제덕의 한 뼘 하모니카가 감동을 자아낸 데는 영감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 애달픈 고독이 바탕 됐기 때문이다.

팔자(八字)를 여니 과연 범상치 않다. 갑인(甲寅)생의 이 사람은 인오화국(寅午火局)을 지은 재격(財格)으로 생년의 갑목(甲木), 식신(食神)을 보아 식재격(食財格)을 이뤘으니 재기(才氣)를 바탕삼아 의식(衣食)을 구하기에 족하다.

그런데 이렇게 범상하게 짜인 틀로 끝나지 않는다. 화국(火局)의 불타는 기세는 갑목(甲木)을 모조리 불태울 기세다. 목(木)의 안광(眼光)이 소실됐다. 이 사람이 시력을 잃은 것은 불과 생후 보름 만이었다. 다행히 일시(日時)의 진묘(辰卯)가 식신 갑목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한다. 이러면 타고난 재능은 잃지 않고 드러내게끔 돼 있다.

태어난 날은 임진(壬辰), 괴강이다. 명리에서 괴강은 북두(北斗)의 제1성을 말하는 괴(魁)와 북두를 말하는 천강의 강을 합친 말로 그 작용이 극단으로 치닫는 특징이 있다. 극귀(極貴), 대부(大富), 극빈(極貧), 대재(大災)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사람의 성정은 씩씩하고 쾌활하며 또 결벽하고 우울하다.

명리학자 이수 선생이 전제덕씨와 인생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제덕이 하모니카와 인연을 맺은 것은 라디오를 통해 우연히 투츠 틸레망의 연주를 듣고 마음속 깊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 재즈하모니카 연주자로 명성이 높은 투츠의 음반을 모두 섭렵하고 독학으로 재즈하모니카를 터득했다. 악보를 볼 수 없으니 반복해서 듣고 따라하며 몰입으로 절정의 테크닉을 구사하게 됐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묘한 솜씨는 팔자의 오묘(午卯), 현침(懸針)의 글자가 암시한다. 생년의 식신 甲이 생시의 卯, 현침 글자에 통근(通根)한 것은 재기의 원류(原流)가 끊임없이 통하는 것으로 이 사람의 재능과 감각은 애초부터 남달랐다는 얘기가 된다.

가만 보니 팔자의 조습(燥濕) 배합이 좋다. 지지(地支) 인오(寅午)는 불과 같이 격정이고 따뜻하며 진(辰)의 습한 기운은 축축하고 쓸쓸하다. 묘(卯)는 스산하고 정곡을 찌르는 기분이다. 들숨과 날숨이 자아내는 양극을 오가는 하모니카 소리는 전제덕을 많이 닮았다. 얼마 전에 발표한 3집 앨범은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가요들을 그만의 감성으로 재해석에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필자와 같이 계통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닫힌 귀도 이 음반을 들으면 자연스레 감정이 격양, 고조되는 흥취를 맛보게 된다. 거스름 없이 귓속을 파고든다는 얘기다. ‘광화문 연가(이문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우울한 편지(유재하)’, ‘가시나무(시인과 촌장)’, ‘행진(전인권)’ 등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12개의 익숙한 멜로디를 전제덕의 유려한 호흡이 그려냈다. 한 마디로 감동은 원곡 이상이다.

서(書)에 이르길, 팔자의 한난조습(寒暖燥濕)이 절충되면 사람이 모여 외롭지 않고, 의식(衣食)을 잃지 않으며 때를 만나 신속히 발전한다 했는데 갑인(甲寅)생의 이 명조가 여기에 딱 부합한다. 현상이 다르지 않다. 인기를 오래토록 구가하는 인사들은 예외 없이 조습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전제덕도 인복이 두터운 사람이다. 지금 그의 곁에는 소속사인 JNH의 이주엽 대표가 그를 물심양면 지원한다. 서정적인 인사들이 공감을 이루고 모였으니 행로에 걸림이 있다 해도 행복한 부류임에 틀림없다. 물어보니 전제덕은 범띠고 소속사의 사장은 용띠다.

이 둘은 인연이 격각(隔角)이다. 격각을 다시 말하면 합작의 성취에 방해가 되는 장애와 같아 몇 차례의 고비를 타고 넘어가야 하는 진통을 피하기 어렵다. 술가(術家)로 쉽게 할 말이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곡사(哭事)를 겪으며 일사천리로 일이 풀려나간다. 근래의 소식을 살펴보니 곧 지금과 다른 차원의 발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팔자의 생시에 계수(癸水)의 인(刃)을 보았으니 인보상관(刃補傷官)의 또 한판의 도약이 예정돼 있다. 덧붙이면 의외로 호흡기와 폐가 약해 보인다. 경금(庚金)이 뿌리를 잃었다. 숨이 가쁘게 이어져서일까? 오히려 절묘한 절창의 인자로 전화위복된 모양새다. 다만 폐 질환은 염두에 두고 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글=이수 명리학자 ㈜에스크퓨쳐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