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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니] 유교 전통이 살아 있는 제례문화

장동동 중국인·회사원
한국에 있으면서도 중국과 같이 중요한 명절마다 쉴 수 있어서 타국에 있다는 느낌이 덜 든다. 한·중 양국이 오래전부터 비슷한 동양 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절마다 양국 사람들이 지내는 방식은 차이가 크다. 그중에서 가장 차이가 있는 것은 바로 제례문화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명절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제사일 것이다. 특히 장남이나 장손일 경우 제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제례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이제 중국에서는 이런 전통 문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전에 한국 친구와 약속을 정하거나 회사에서 회식 시간을 정할 때 종종 제사 때문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엔 핑계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제사는 평일에 거의 안 하는데, 왜 한국에선 평일에도 제사를 지내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제사는 정말 한국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중국에선 매년 4월5일인 청명절에 벌초를 한다. 이날 가족들은 고인의 묘지에 가서 성묘한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학생들은 단체로 전쟁열사의 묘역을 참배하고 대학교나 회사에서는 단체로 나무심기를 한다. 연날리기, 그네뛰기 등 전통적 행사도 한다. 한마디로 중국에서 제사는 이미 현대사회의 요구에 부합돼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중국은 다민족국가라 25개 정도의 민족이 청명절에 제사를 지내고 나머지 민족 사람들은 독특한 자기네 방식으로 제사를 지낸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제사는 조상숭배를 실천하는 행위로 조상을 추모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행위는 공자의 ‘제여재(祭如在)’라는 말과 일치하여 조상님이 그 자리에 계시는 듯 제사를 지내라는 뜻으로 조상에 대한 추모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제사는 보통 집에서 가족 단위로 진행하고, 절차도 비교적 엄격한 규정과 순서에 따라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밥상은 여자들이 차려야 한다거나 장남이나 장손 집에서 제사를 지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오래 지낼수록 중국 고대 전통 문화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 중국과 비교하게 될 때 한국의 전통 문화 보호의식이 많이 부럽다. 한편으로 경제 발전의 비약에 집중하는 중국 사회에서 이런 전통 문화를 더 중요시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중국 문화학자의 유교를 연구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한국이라는 말에 놀라웠지만 한국에서 경험해보니 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한국에서도 전통적 유교 제사가 기독교, 불교 등 다른 종교, 서양 문화와의 충돌이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유교 전통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동동 중국인·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