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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없는 범죄액션, 완전 범죄도 있다?

>> '뱅크잡'

30일 개봉한 ‘뱅크잡’은 전형적인 범죄 액션 영화다. 한 무리가 은행털이를 모의하고 감쪽같이 범행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오션스 일레븐’ ‘인사이드맨’ ‘이탈리안 잡’ 등 수많은 영화에서 접해온 낯익은 모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완전범죄를 꿈꾸고 통쾌하게 성공한다는 점이다.



런던에서 중고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테리는 느닷없이 나타난 옛 애인 마틴으로부터 은행을 털자는 제의를 받는다. 24시간 동안 은행 자동경보기가 멈추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것.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던 테리는 결국 이 제안을 수락하고 친구들을 모은다. 이들은 은행 옆 가게를 빌려 지하로 구멍을 뚫고 은행 금고에 침입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들이 은행에서 들고 나온 건 돈과 다이아몬드만이 아니다. 정계 유력인사의 치부가 담긴 증거물, 조폭이 부패 경찰에게 상납한 뇌물 장부 등이 딸려온 것이다. 이 때문에 테리 일당은 조폭과 경찰, 정보국 MI5에게 모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뱅크잡’은 1971년 영국 런던에서 실제 발생한 로이드은행 강도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 당시 수백 개의 금고가 털렸지만 상당수 금고 주인들이 분실품 확인을 거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일로 체포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사건의 실체는 정부에 의해 기밀로 분류되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뱅크잡’은 완전 범죄에 이르는 과정이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된 영화다. 스토리는 간결하고 구성도 늘어지지 않는다.



여러 캐릭터가 빚어내는 극적 긴장감도 탄탄하다. 특히 비슷한 장르의 여타 작품과 달리 꽤 진지한 모습이다. ‘오션스’ 시리즈 같은 경쾌한 소동극보다 ‘본’ 시리즈처럼 진중한 액션 드라마에 가깝다. 재기발랄한 사기극이나 통쾌한 반전을 기대했다면 다소 밋밋할 수 있다. 결말이 싱거운 것도 흠이다. ‘노웨이아웃’ ‘겟 어웨이’ 등을 만든 범죄 스릴러 베테랑 로저 도날드슨이 감독을 맡았다.



‘뱅크잡’의 중심은 역시 우직한 액션 스타 제이슨 스타뎀이다. 늘 무표정한 얼굴로 육탄 액션을 선보이던 그가 이번에는 액션을 자제하고 연기에 집중했다. 스타뎀은 최근 1년간 가장 많은 작품을 국내에 소개한 할리우드 배우다. 지난해 9월 ‘아드레날린24’에 이어 올해만 ‘워’ ‘데쓰 레이스’를 선보였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