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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경제살리기 새출발해야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경제학
한국경제는 주저앉고 마는가. 그럴 수 없다.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고유가,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인한 인플레 해일은 밀려오는데, 광우병 파동에 물류대란을 거쳐 민주노총의 정치파업 결의로 우리 경제는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위해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국민은 지금 불안감과 우울증에 빠져 있다. 그동안 그렇게도 공을 들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마저 한미 양국의 정치일정과 국민 정서를 볼 때 무산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통령은 특별회견에서 정권 출범 100여일 동안 국정혼미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하였다. 대통령은 촛불집회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소고기 광우병 파동과 관련 “30개월 이상 소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였고 곧이어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소고기 수입 추가 협상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그리고 현재 난국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전원 교체했다. 정부는 앞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절대가치를 인식해 모든 소고기의 국내유통에서 원산지증명에서부터 일본처럼 전수검역에 이르기까지 만반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시청 앞 광장에서 한 달 넘게 진행된 촛불집회에 대해 외국의 시각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새 정부의 정권퇴진으로까지 구호가 번진 촛불시위 현장의 모습이 전 세계로 방영되면서 한국의 이미지는 계속 부정적으로 비춰졌다. 일부 미국인은 “한국인이 미국인과 유럽인보다 식품위생에 그렇게도 철저한가. 미국산 소고기가 이제 한국인의 식탁에서 먹을거리가 되는 상황에 역겨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외신 칼럼은 “배타적 민족주의의 발호에는 한국이 북한과 다를 바 없다. 삼성전자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국에 안심하고 투자하라고 지난번 대통령 방미 시 뉴욕 투자설명회에서 한국노총 위원장의 호소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미국의 투자가들은 “역시 한국의 강성노조는 변한 게 없다” 고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첨단광역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정책현안에 대해 온라인 담론과 직접민주주식 의견 표출의 순간화와 전국적 동시화를 경험하고 있다. 휴대전화기에 촬영된 사진 한 장이 온 국민의 감성의 굴곡을 즉각 바꾸어 놓을 수 있다. 국정 운영에 국민의 여론수렴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비전 제시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았다. 경제가 저성장 속에 혼미할 때 야당이 정파적 계산에서 현재의 시국을 즐기거나, 집권 한나라당이 난국 수습의 현책을 찾기보다 계파별 권력 확산에 몰두한다면 여의도의 국회의사당 대신에 서울광장의 ‘온라인의회’가 더욱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소고기 수입 재협상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총파업과 함께 7월 한 달을 총력투쟁의 달로 정했다. 새 정부의 심기일전한 재출발에 이제 민주노총도 정치파업은 마감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면서 민주노총이 계속 파업을 강행한다면 과연 어느 나라의 노조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불도저식 국정운영과 철학의 빈곤 속에서 추진되는 상업적 실용주의 노선이 대외적으로도 얼마나 역풍을 맞을 수 있는가를 단단히 경험했다. 집권 4개월 동안 치른 홍역을 거울 삼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내각에서 인사쇄신을 단행하고 7% 성장 조기실현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화의 기초를 다지면서 신성장동력 창출과 비효율 부문에서 개혁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익사 직전의 인명구조처럼 우리가 선택한 정부가 성공을 거두도록 이제 국민적 동참이 있어야 한다.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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