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몸짓 커진 아우 "볼만하네"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입력 2008-05-15 16:34:12, 수정 2008-05-16 11:19:50 ![]() 이런 점에서 볼 때 한발 앞선 건 ‘나니아 연대기’ 프로젝트다. 15일 개봉한 속편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이하 캐스피언 왕자)는 일단 시리즈의 장기 흥행 가능성을 높였다. 페벤시 가문의 4남매가 현실세계로 돌아온 지 1년 후, 이들은 다시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러나 벌써 1300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니아는 이미 폐허로 변해 버렸다. 그동안 나니아의 태평성대는 끝이 나고 텔마린족의 무자비한 압제에 신음하고 있었다. 페벤시 남매들을 나니아로 불러낸 사람은 캐스피언 왕자다. 그는 텔마린족의 왕위 계승자임에도 삼촌 미라즈에게 권력을 뺏기고 쫓기는 신세다. 나니아인들이 숨어 사는 숲으로 피신한 캐스피언은 4남매와 함께 나니아의 재건을 위해 독재자 미라즈에 대항한다. 시리즈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앤드류 아담슨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몸집 키우기다. 1998년 작 괴수영화 ‘고질라’의 “중요한 건 크기(Size does matter)”라는 홍보문구를 빌리자면 ‘캐스피언 왕자’는 “중요한 건 스케일”이라는 신념을 영화 곳곳에 실현시켰다. ![]() 가상의 세계 나니아로 들어가는 통로가 조그마한 옷장에서 거대한 지하철 역 세트로 바뀐 건 시작에 불과하다. 감독은 ‘캐시피언 왕자’의 스케일을 전편보다 훨씬 키웠다. 뉴질랜드와 동유럽을 오가며 담아낸 광활한 풍광은 기본이며 반인반수와 오소리, 생쥐 등 캐릭터도 훨씬 다양해졌다. 총 1600컷에 달하는 CGI(컴퓨터그래픽이미지)가 쓰였으며 1000벌이 넘는 의상이 제작됐다. 덕분에 CGI는 전편보다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압권은 클라이맥스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 중세시대 실제 공성전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밀도가 높다. 카메라를 역동적으로 이용해 현장감을 살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피터(윌리엄 모즐리)와 미라즈(세르조 카스텔리토)의 일대일 대결신은 극중 명장면 중 하나다. 컴퓨터그래픽이 난무하는 영화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이며 원초적인 장면인데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오는 인물들의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규모만 커진 건 아니다. 인물의 성격이 뚜렷해졌고 갈등과 애정 관계가 구체화됐다. 피터와 캐스피언(벤 반스)의 라이벌 구도는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수잔(애나 포플웰)과 캐스피언의 애정은 은근한 기대감을 더한다. 손전등을 매개로 현실과 판타지를 연결하는 점도 재치있다. 하지만 시리즈의 가벼움은 여전하다. 희생과 믿음이라는 원작의 주제가 너무 도식적으로 그려지고 극의 갈등구조도 빈약하다. ‘반지의 제왕’ 같은 철학과 깊이를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다. 이는 극장판 ‘나니아 연대기’가 근본적으로 성장 영화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4남매 중 위로부터 두 명이 출연하지 않을 예정이니 당분간은 성장 영화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