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입맞춤' 日 제작진 한국팬에 인사

"고독한 현대인의 소통법 담아"

◇1일 막을 올린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JIFF) 개막작 ‘입맞춤’의 주연 배우 나카무라 도루, 고이케 에이코(왼쪽부터)가 기자회견을 가진 뒤 핸드 프린팅을 하고 있다.
세계닷컴 제공

“평소 현대 일본의 고독한 여성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들이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J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입맞춤’의 만다 쿠니토시 감독과 주연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 코이케 에이코 등이 내한했다. 1일 첫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도착, 바로 전주로 내려온 이들은 “전주영화제에 참석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입맞춤’은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후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를 향한 한 여자의 광적인 사랑을 다룬 이야기. 2001년 데뷔작 ‘언러브드’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던 늦깎이 감독 만다 쿠니토시(52)의 두 번째 작품이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여성이 사형수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낀다는 설정은 김기덕 감독의 ‘숨’을 연상시킨다.

정수완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감독은 장르 안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며 “흔한 삼각관계 틀 안에 일본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소외문제를 역동적으로 담아냈다”고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자폐 수준의 고독을 느끼는 여성이 사형수로부터 실존의 이유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독은 정적이고 흐린 화면을 통해 인물들의 격정적인 심리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코이케 에이코는 사형수와 사랑에 빠지는 평범한 여성 엔도 쿄코를 맡았다. 2001년 장동건과 같이 출연한 ‘2001 로스트 메모리즈’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나카무라 토오루는 사형수를 변호하는 국선 변호사로 두 인물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역을 맡았다. 그는 전작 ‘언러브드’에 이어 또 한번 쿠니토시 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토오루는 “이미 2년 전에 완성한 작품인데 이제야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며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화제가 돼 일본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저녁 7시 한국소리의문화전당에선 영화배우 안성기와 최정원 사회로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이춘연 영화인회의 대표, 배우 전도연·박해일 등 영화 관계자와 시민 2000여명이 참석, 성황을 이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1일부터 9일까지 전주시내 일대에서 열린다.

전주=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