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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메이드바이시대]기아차, 전략 모델 ''씨드'' 유럽서 돌풍

<2편> 블록경제 EU를 넘어라 ⑥ 기아車, 도요타 신화에 도전장

“지금 기아자동차는 도요타의 6년전 모습과 같다.” 올해 초 유럽형 전략차종 ‘씨드(cee’d)’를 출시한 기아자동차는 유럽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도요타의 6년전과 비슷하다는 평가 속에 기대와 견제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독일 헤센주의 림부르크.렉서스와 기아차를 판매하는 딜러샵에서 만난 점주 루돌프 윈넨씨는 “씨드는 딜러들에게 기아차의 미래 성공 가능성을 확신시켜준 모델”이라고 말했다.

◇씨드

윈넨씨는 원래 도요타와 렉서스를 수입했으나 지난 3월 도요타 대신 기아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유럽내 수입차 가운데 점유율 1위인 도요타를 포기하고 기아차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지난 2002년 독일 전역의 도요타 딜러 700곳이 8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친 반면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딜러 291곳이 5만대를 판매했다”며 “딜러당 판매량이 누가 더 많은가”라고 반문했다.
딜러들은 특히 도요타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딜러샵에 과도한 판매목표치를 할당하고 딜러에게 돌아가는 마진폭을 최소화하는 등 가격정책을 과도하게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곳의 딜러 스테판 딜만씨는 “도요타는 ‘우리는 글로벌 브랜드이니 무조건 우리가 하라는대로 해라’라는 식이지만 자동차를 선택하는 건 도요타도, 딜러도 아닌 고객”이라며 “기아는 딜러들에게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하는데다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어 딜러 만족도와 고객 만족도 모두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언론들도 씨드에 대한 호평을 쏟아내며 기아차의 도약을 주시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빌드’는 지난 4월 C세그먼트(준중형) 9개 차종 비교평가에서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기아의 씨드를 공동 1위로 선정하면서 “씨드는 C세그먼트의 진정한 영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아체에 렌크라트’도 지난 6월 1.6 가솔린 엔트리 모델 4개 차종을 비교테스트 한 뒤 “씨드는 약점을 찾기 어려운 차이며 폴크스바겐의 골프보다 훨씬 더 젊고 신선하다”고 소개했다.
기아차는 지금 유럽의 언론과 컨설팅기관으로부터 ‘과거 도요타를 보는 듯 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쟝 사를 리벤스 기아차 유럽총괄법인 부사장은 “기아는 유럽에 진출한지 얼마 안된 신생 브랜드지만 도요타가 20년간 해온 일을 지난 5년간 해냈다”면서 “기아는 6년전 도요타가 빅점프할 수 있었던 제반요건 대부분을 갖추고 있고 일부 상황은 더 좋다”고 말했다.
당시 도요타도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현지화를 시도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35∼40%이고 품질보증 기간은 유럽브랜드 보다 1년 긴 3년이었다. 하지만 기아의 현재 인지도는 80%에 육박하고 씨드의 보증기간은 7년으로 파격적이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의 생산성이 최고 수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 초 씨드 5도어에 이어 7월 웨건형을 선보인 기아는 내년 1월 3도어까지 3개 모델이 모두 출시되면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컨버터블은 현재 개발을 거의 완료했지만 시장 상황을 보며 양산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경호 기아차 독일판매법인장은 “과거에는 품질과 가격이 자동차 경쟁력의 바로미터였지만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현대차와 함께 운영해오던 유럽디자인센터에서 기아차를 독립시켜 본격적으로 기아만의 디자인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지난 9월10일 프랑크푸르트의 종합전시장인 메세 인근 지역에 신사옥(지하2∼지상11층)을 완공했으며 유럽총괄법인, 독일판매법인과 함께 기아차 디자인연구센터도 이곳으로 입주시키면서 현대차 디자인센터와 분리시켰다.
우 법인장은 “디자인팀을 현재 40명에서 올해 안에 70명으로 늘려 뼛속부터 유럽인의 감각이 담긴 차를 선보일 것”이라며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 한국으로 역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김수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