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렬의 새 이야기]뿔종다리 어느 요술피리가 너처럼 청아할까 입력 2004-06-04 19:27:00, 수정 2004-06-04 19:27:00 제법 쌀쌀했던 지난 4월 어느 날 샛별이 총총히 빛나는 이른 아침에 뿔종다리를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뿔종다리를 만난다는 설렘 때문일까. 모처럼 산사에서 보낸 하룻밤이 길게만 느껴졌다.
이와 관련해 구전되는 이야기 하나. 옛날에 어느 농부가 고을 원님의 학정과 세금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다른 고을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은 더욱 심했다. 그래서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떠도는 신세가 되었는데, 그러다 죽음을 맞이한 농부는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떠돌지 말고 부지런히 농사나 지으라”고 했다. 그 농부는 죽어서 노고지리가 되었는데, 아침이면 빨리 일어나 일을 하라고 창가에 와서 운다고 한다. 노고지리는 종다리의 옛 이름이다. 한시에는 종종 노고지리를 노고질(老姑疾)로 적어 놓고 시어머니가 아프다는 말로 풀이하기도 한다. 옛 사람들은 “시어머니가 아파요”라며 하늘로 오르내리면서 우짖는 노고지리는 마음씨 착한 며느리의 넋이 환생한 새라 믿었다. 종다리의 한자 이름이 운작(雲雀)인 것도 이 녀석들이 구름 위까지 솟았다가 내려앉는 동작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노고지리를 하늘에 고하는 자 ‘고천자(告天者)’ ‘규천자(叫天者)’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선조들의 생활에 밀접했던 종다리는 서식지였던 보리밭과 밀밭이 점차 사라지면서 쉽게 볼 수 없는 새가 되어버렸다. 사진부기자/leejr@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