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대만 문제가 한 마디도 오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자리였지만, 양측은 서로 불편한 주제를 피하는 쪽을 택했다. 외교적 긴장 대신 경제적 실리를 앞세운 결과였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이 침묵에 대해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고, 현지 매체들은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대만을 아예 의제에서 제외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자는 실용적 합의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CMP는 “이전 정상회담에서는 매번 대만 문제가 논의됐으나 이번에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보다 무역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부터 “대만은 대만”이라며 논의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고, 회담 후에도 “대만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무력 점령 시도에 반대하며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이어왔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3차례의 미·중 정상회담마다 대만 문제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대만에 대한 4억달러(약 5708억원) 규모의 군사원조를 승인하지 않았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만 내에서도 “미국의 방위 공약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학계는 이를 “미국의 전략 조정”으로 본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의 우선순위를 낮췄다”고 평가했고, 우신보 상하이푸단대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보다는 경제적 이득을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추이훙젠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트럼프의 거래적 외교 방식상 필요하면 언제든 대만 문제를 다시 꺼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들은 ‘통일론’을 띄우고 있다.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30일 ‘양안 관계 발전과 통일의 이익’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필명 ‘중타이원’으로 실린 이 글은 사실상 대만사무판공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통일은 중국의 역사적 사명”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등 주요 매체들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평화통일의 새 기회’라는 논조를 확산시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번 침묵을 통일 담론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의 공세는 최근 대만 정치 지형 변화와도 맞물린다. 지난 18일 대만 야당 국민당의 새 주석으로 친중 성향의 정리원 전 입법위원이 당선됐다. 시 주석은 즉시 축전을 보내 “국가 통일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 주석은 “‘92공식’을 인정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시 주석과 직접 만나겠다”고 화답했다. 이 발언은 중국 언론에서 크게 부각됐고, 양안 통일론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다만 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장덩지 국립대만대 교수는 “대만 문제는 합의가 어려워 잠시 미룬 것에 불과하다”며 “미국이 대만을 버렸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마준웨이 담강대 연구원도 “이번 회담에 경제 담당 인사만 참석했기 때문에 대만 의제가 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현재 미·중 간 가장 시급한 사안은 희토류와 펜타닐 등 경제·안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은 통일을 추진할 현실적 여건이 부족하고, 미국 역시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며 “대만 문제를 피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왕궈천 중화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국은 대만 문제의 국제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시 주석은 체면을, 트럼프 대통령은 실속을 챙긴 회담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대만 문제를 내부 사안으로 관리하려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서 대만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을 점치지만, 그때까지는 미·중 모두 ‘불편한 침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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