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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커머스’에 무너진 K플랫폼…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25-07-19 08:00:00 수정 : 2025-07-19 04:43:40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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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확장이 독 됐나?”…플랫폼의 ‘멀티 전략’, 성장 한계 직면

브랜디·에이블리 등 적자 행진…“멀티 확대에도 시너지 미미한 듯”

서울 동대문 기반의 보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버티컬 플랫폼들이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한때 유니콘 기업을 노리며 기업가치 1조원에 육박했던 브랜디는 무리한 인수합병(M&A)과 경쟁력 저하, 중국 C커머스의 공세에 밀리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에이블리 역시 신규 플랫폼 ‘4910’을 출시하며 영역으로 확장에 나섰지만 출시 1년 만에 성장세가 꺾이며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MAU·결제금액 동반 하락…중국 플랫폼에 밀려

 

19일 데이터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브랜디의 지난달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25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43.5% 감소했다. 2021~2022년 당시 MAU가 200만명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다. 브랜디는 2022년 외부 업체인 ‘서울스토어’를 인수하며 외형 확장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플랫폼이 중국 C커머스 공세에 밀리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게티이미지

모회사 뉴넥스는 약점이었던 남성 패션 보완을 위해 별도 앱 ‘하이버(Hiver)’를 운영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하이버의 6월 MAU는 약 5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하는데 그쳤다.

 

브랜디와 하이버의 MAU를 합쳐도 80만명 수준에 불과해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의 6월 국내 MAU(약 220만명, 아이지에이웍스 기준 175만명)에는 크게 못 미친다.

 

매출 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브랜디와 하이버의 월 결제금액 합산 추정치는 28억원으로, 2023년 6월(88억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쉬인의 결제금액은 약 75억원으로 추정된다.

 

◆에이블리 ‘4910’도 주춤…카카오스타일도 기대 이하

 

에이블리는 지난해 3월 남성 패션 강화 차원에서 ‘4910’ 앱을 출시했으나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4910의 지난달 MAU는 약 120만명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10% 이상 감소해 성장 정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이블리 본체의 MAU 역시 같은 기간 8.7% 줄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 역시 중년 여성층 타깃 플랫폼 ‘포스티’를 통해 멀티 전략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포스티 MAU는 100만명에 미치지 못했고, 지그재그와 포스티를 합한 MAU(569만명)도 에이블리 단일 앱(917만명)보다 적다.

 

◆‘규모의 경제’ 전략, 오히려 독?…무리한 마케팅이 성장 발목

 

업계는 이 같은 멀티 플랫폼 전략 실패의 원인으로 이용자 수 확대에 초점을 맞춘 무리한 확장을 지목한다. 투자 유치를 위해 MAU와 GMV(총 거래액)를 부풀리는 데 집중하면서, 본업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일부 버티컬 플랫폼은 고물가 기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제공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단순한 적자 구조의 볼륨 확장형 모델로는 더 이상 투자를 받기 어렵다”면서 “신규 앱 출시와 마케팅으로 이용자 수를 늘리는 전략이 오히려 본업까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이블리는 지난해 말 중국계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지만, 누적된 적자와 자본잠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성공 사례’도 나와…“전문성·차별화 전략이 관건”

 

모든 멀티 플랫폼 전략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무신사는 2021년 인수한 29CM를 별도 플랫폼으로 독립 운영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신사가 1020대 유니섹스 패션을, 29CM는 2030대 여성 패션·라이프스타일을 담당하며 차별화된 타깃 전략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양 플랫폼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4조원 중반에 달하며, 6월 기준 무신사 MAU는 818만명, 29CM는 234만명으로 두 앱을 합치면 1052만명에 달한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무신사는 6월 패션 앱 MAU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기업 내 멀티 플랫폼 전략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타깃 구분과 고도화된 전문성이 필수”라며 “단순히 이용자 수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면 본업과 신사업 모두 흔들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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