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비자 분쟁 조정기/ 변웅재/ 안타레스/ 17000원
소비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를 조정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비치는 소비자와 사업자, 정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을 지낸 저자는 소비자 분쟁 조정을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계산’이 아닌, 감정을 다독이고 신뢰를 복원하는 ‘사회적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해외 직구로 구매한 고가 명품 가방이 가짜로 판명된 사건, 자동차 수리를 맡겼다가 더 큰 손해를 본 소비자, 보험사와 고객 사이의 애매한 약관 해석을 둘러싼 공방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가 소개된다. 이런 분쟁 사례를 통해 저자는 단순한 법률 해설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소비자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저자는 분쟁의 본질을 ‘정보의 비대칭’에서 찾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계약서나 약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동의한다. 반면 사업자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계약을 유리하게 설계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회피하려 든다. 이 불균형 구조에서 소비자는 항상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소비자 보호 제도와 조정 절차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는 말한다. “소비는 개인의 자유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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