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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고독사보다는 고립사가 적확한 개념” [2023 대한민국 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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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0 21:13:09 수정 : 2023-03-20 21: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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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죽음이 합쳐져 어감마저 스산하기 짝이 없는 ‘고독사(孤獨死)’는 우리에겐 없던 단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직 등재되지 않은 ‘신조어’다. 오래전 기사를 검색하면 1973년 핵가족화 문제를 걱정하는 국내 한 신문 사설에서 ‘영국조차 부모를 고독사하게 해선 안된다는 반성이 있다’는 식으로 쓰인 게 발견되는 정도다. 이후에도 좀처럼 쓰이지 않다가 1996년 일본 고베 대지진 참사를 보도할 때 등장한 후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로 자주 활용됐다.

 

그러던 고독사가 국내 문제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2006년 무렵부터. 국내에서도 혼자 사는 노인이 죽은 후 한참 지나서 발견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 사회 이슈가 되면서다.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고독사 관련 입법까지 하게 됐지만 정작 ‘고독사보다 고립사(孤立死)가 더 적확한 개념에 닿아있는 명칭’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고독과 비슷한 단어인 외로움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면 고독은 개인의 선택일 수도 있다. 또 고독은 주관적인 감정으로, 자신이 외롭다고 느끼는 상태를 이르지만 고립은 객관적인 상황으로, 자신의 주변에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하거나 끊어진 상태다. 그래서 고독한 사람이 모두 고립되어 있지도 않고, 고립된 사람이 모두 고독하게 죽지도 않는 만큼 고립사가 올바른 단어라고 주장한다. 고독사 사회 현상의 원조 격인 일본에서도 후생노동성이 이러한 이유로 고립사를 사용 중이다. 그러나 영어로는 고독사의 일본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적은 ‘고도쿠시(Kodokushi)’가 그대로 사용되거나 ‘다잉 얼론(Dying Alone)’ 등이 활용된다.

 

이와 관련, 국회에선 무연고사를 고독사에 포함시켜 ‘고립사’로 재정의하자는 내용의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죽음을 맞는 것을 고립사로 정의하고, 무연고사도 이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발표한 고독사 관련 보고서에서 “고독사와 무연고사를 명확히 구분해 내는 것보다 사회적인 고립 사례들을 신속히 발굴해 외로운 죽음을 예방해야 한다”며 “기존에 관리돼 오던 무연고사와 고독사 간의 통합적인 개념 정의를 마련하는 입법적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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