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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시중의 번데기, 골뱅이, 단팥죽, 마늘장아찌 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됐다고 검찰이 발표했다. 중국·태국에서 수입한 번데기 등을 포르말린으로 처리해 통조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포르말린을 시신 부패 방지에 쓰는 약품 정도로 아는 국민은 경악했다. 무차별적인 돌팔매질로 영세한 통조림 업체가 부도와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재판 과정에서 상황이 반전됐다. 자연 상태의 번데기나 골뱅이 등에서 포르말린이 상당량 검출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왔다. 검찰은 제품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고의로 포르말린을 넣었다는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피고인들은 1심·항소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2년여의 공방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상처뿐인 명예회복이었다.

이보다 9년 전 공업용 우지 라면 사건으로 삼양라면이 만신창이가 됐다. 섣부른 언론 보도 폐해를 얘기할 때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과 더불어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사례다. 공업용 우지로 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국민들 라면 기피증은 심각했다. 라면에 쓴 2∼3등급 우지는 몸에 해롭지 않은 식용 기름이었다. 하지만 법정에서 억울함을 완전히 풀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 ‘라면 원조’ 삼양식품은 시장점유율 1위를 빼앗겼다.

최근 농심 신라면이 도마에 올랐다. 대만과 태국 당국이 잇따라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에 대한 잔류농약검사에서 농약성분인 에틸렌옥사이드(EO)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농심 측은 EO가 아니라 2클로로에탄올(2-CE)이 검출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2-CE는 EO의 부산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연상태에서도 검출된다. 포르말린 통조림이나 우지 라면 사태를 돌이켜보면 섣부른 결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부원료 농산물 재배환경에서 유래했거나 일시적·비의도적 교차오염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면은 한국인이 일주일에 평균 1.7차례 먹을 정도로 인기 있는 국민음식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7억6543만달러)을 올린 효자상품이기도 하다. 부디 지혜롭게 위기를 넘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품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몸에 좋은 쓴 약이 될 터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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