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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공적연금의 국가책임 법제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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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1 23:01:41 수정 : 2023-02-01 23: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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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마크롱 연금개혁 거센 저항 직면
한국도 2060년엔 수급 > 가입 역전
‘공포마케팅’ 지적 불구 고갈은 팩트
개혁 미적댄 정부·국회가 해결해야

지난달 19일과 31일 파리 등 프랑스 전역에서 노동단체와 시민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금개혁의 골자는 ‘공정’, ‘균형’에 초점을 맞춰 정년을 62세에서 단계별로 64세까지 늘리는 대신 2030년부터 연금수령 시기를 64세로 늦추고, 연금 전액을 받기 위한 근속 기간도 42년에서 4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위의 강도가 심상찮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일반노동총연맹(CGT) 등 8개 노동단체가 총파업을 선언하고, 전국적으로 200만명 이상(주최 측 추산)이 파리를 포함해 낭트, 리옹, 보르도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10∼20대 젊은층도 대거 참여할 정도로 국민저항이 거세다.

김기동 논설위원

물가폭등에도 낮은 임금상승률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이 연금개혁과 맞물려 분출됐다는 평가다. 자칫 2006년 자크 시라크 정부 당시 노동개혁에 반대한 대규모 시위로 프랑스 사회가 마비되면서 정부가 백기를 든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 4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의지는 단호하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연금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재정으로 (연금) 적자를 메워야 한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6일 프랑스 하원이 개혁안에 대한 심사에 나선다. 과반수 점유에 실패한 마크롱 정부로선 야당의 반대 목소리를 어떻게 잠재울지도 관건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연금개혁은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정부의 최근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55년으로 당초보다 2년 앞당겨졌다. 저출산·고령화 때문이다. 올해 2199만명인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50년 1534만명, 2070년에는 1086만명으로 감소한다. 노령연금 수령자는 올해 527만명에서 2050년 1467만명으로 2.8배 늘어난다. 2060년이면 수급자·가입자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2055년이면 1990년생이 연금 수급 개시연령인 만 65세가 된다. 일각에서는 “내가 낸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과도한 불안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를 먼저 겪은 유럽 국가 어느 곳에서도 기금 소진 후 연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례는 없다. 한국의 국민연금이 보험료를 거둬 일정 기간 쌓아놓는 ‘적립 방식’이라면 기금 고갈에 직면한 유럽 일부 국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민연금 운용을 ‘부과 방식’으로 바꾼 탓이다.

그렇더라도 현 제도가 유지되는 가정하에 기금 소진 후 국민연금을 현재처럼 지급하려면 9%인 보험료율이 2050년에는 22.7%, 2080년엔 34.9%에 이른다. 누구라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보험료 폭탄’이다.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4개 초안 가운데 하나인 ‘보험료율 15% 단계적 인상’을 놓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긴급브리핑을 열어 “정부안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언론의 ‘공포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현 설계구조상 기금 고갈은 팩트다.

당연히 메스를 대야겠지만 국민 불안부터 없애는 게 중요하다. 국가의 지급보증을 명문화하는 것도 방편이다. 조 장관도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연금)지급보장을 전제하지 않고는 연금 개혁을 논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현행 국민연금법에도 국가책임을 언급한 조항이 있다. 제3조2항에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재원 부족에 따른 국가보전을 강제하는 의무규정으로 보기는 애매하다.

국가의 시책을 넓게 보면 세금을 투입하는 것 외에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도 포함될 여지가 크다.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에서 급여 부족분이 발생하면 법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적자 보전조항을 명시한 것과도 대조된다.

그간 개혁을 미적대온 정부·정치권의 책임 방기다. 공적연금의 재정 불안을 야기시킨 당사자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 속에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소득대체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묘책을 내놔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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