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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던 인물의 회고록은 그 자체가 훌륭한 사료가 된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전쟁기’는 회고록의 고전으로 로마사 연구자의 필독서다. 현장감 넘치는 묘사,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로 갈리아 정복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1953년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제치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의 ‘제2차 세계대전’은 회고록의 바이블로 통한다. 1500만명의 사망자와 3450만명의 부상자를 기록한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인간적 고뇌를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파장을 불러온 회고록도 적지 않다.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는 1990년 미국에서 발간된 회고록에서 “전쟁은 김일성 동지의 주도로 시작됐으며 스탈린과 다른 사람들이 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1949년 김일성이 모스크바에 왔을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는 공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져왔다”고 증언했다. 덕분에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우기던 북한의 주장은 설자리를 잃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출간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했는데, “북한에 먼저 물어보자”고 국정원장이 제안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에 찬성했다고 송 전 장관은 주장했다. 단번에 정치권의 최대 쟁점이 됐고, 문 전 대통령은 “이미 기권 입장으로 정리해 북측에 물어볼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내가 거짓말하겠나”라며 굽히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최근 펴낸 회고록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2019년 6월 판문점 트럼프·김정은 회동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몇 번이나 내게 직접 전화해 회동 참여를 요청했고, 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의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내줄 시간도 존경심도 없었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얼마나 북한에 저자세였는지 또 한 번 확인하는 증언이어서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 같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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