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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도 부작용 동시에 초래
韓, 경제·지정학적 복합위기 상황
한 가지 방식으로는 대처 어려워
큰 변화, 정서·문화 혁신 동반돼야

매년 새해가 밝으면 모두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새로운 출발, 혹은 개혁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현실을 타파하고 과거보다 더 좋은 결과, 질적으로 다른 결과를 달성하고자 한다. 그런데 개혁 혹은 혁신은 ‘과거의 혁신’이 초래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발명과 아이디어인 경우가 많다.

석유·가스는 증기기관과 함께 산업혁명을 불러왔지만 탄소 배출을 증대시켜 기후변화를 촉발했다. ‘지구적 안보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은 전기차, 태양광, 풍력발전 등 각종 저탄소 기술을 개발해 냈다. 하지만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과 물질, 제품의 개발 및 채취과정 등을 모두 고려할 때 더 큰 탄소 배출의 악영향을 초래하는 필연적인 이행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특히 ‘이행의 혜택’을 시간 개념을 도입해 생각한다면 필연적으로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선진국 간에 부담과 불이익 그리고 혜택의 양극화가 발생한다.

이처럼 혁신을 기술적 관점이 아닌 사회경제적 및 문화적 관점에서 보게 되면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는 부작용이 동시에 초래됨을 알 수 있다. 혁신을 요구하고 찬양하는 목소리가 높을수록 혁신과 발전을 위한 부채를 ‘누가 떠맡아 왔는가’와 ‘왜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격화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 자체에 대한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대응뿐 아니라 유럽의 저탄소 기술 투자를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동시에 유럽 주요국들과 러시아의 문화적 단절을 혁명적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이는 냉전을 종식시키고 상호의존적 세계를 통해 전쟁의 위협을 낮췄던 ‘무역을 통한 관여’ 정책과 세계화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 국제 경제의 가치 사슬 구조에서 중요하게 작동했던 ‘체제 경쟁국’과의 협력과 상호 의존의 시대가 끝나고, 그들과의 공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한편에서는 자유주의 세력 연대의 부활과 가치 동맹의 공고함을 칭송하지만 편가름을 더욱 격화시키는 동시에 인도·브라질·터키 등 중견국들을 중심으로 양쪽을 편들지 않고 철저히 실리적 국익을 따지는 회색지대 국가들, 남반구 국가들의 힘이 점점 커지는 현실이 대두하고 있다. 또한 지정학적 갈등과 긴장의 고조는 군사비의 증액과 복지 등 다른 분야 예산 간의 충돌을 가져오며 이것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온다.

세상은 이런 논쟁을 종식시킬 혁신적인 정치·행정적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특히 현재의 한국은 지정학과 기술, 금융, 그리고 문화와 정치 제도의 영역에서 변화와 긴장 그리고 충돌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위기의 상황이라 그 요구가 더욱 강하다. 경제안보와 지정학적 안보 모두가 진영화하고 있는 상황은 한국에 새로운 도전이다.

이런 위기는 한 가지 혁신적 방식으로는 대처가 어렵다. 복합혁신이 필요하다. 복합혁신은 제로섬(zero-sum) 마인드로는 불가능하다. 교육과 사회적 합의와 참여를 통한 구조적·화학적 변화가 동시에 동반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혁명과 전쟁 동원 방식의 변화다. 그 이전까지 유럽 왕조의 전쟁은 소외계층에서 충원한 군인들이 진행하는 준용병제에 기초했다. 때문에 전쟁에서 용병들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적 지원이 바닥나면 전장을 이탈했다.

프랑스혁명은 이런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왔다. 모두가 참전해야 한다는 정서가 비등했고 전쟁은 그저 왕과 제후 그리고 그들이 동원한 수천명의 용병들이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지켜야 하는 국가가 만들어지고 용병이 아닌 국민이 전쟁의 주요한 자원이 됐다.

국가가 사용할 수단의 혁신적 변화는 문화와 정서에 의해 자극되면서 구조적·화학적 변화를 프랑스에 가져왔고 이는 18세기 국제 체제와 힘의 투사 과정을 변화시켰다.

복합혁신은 더딜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혁명의 사례처럼 더 크고 광범위한 연쇄적인 혁신이 가능하려면 과학 기술적 변화만이 아닌 정서적 문화적 혁신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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