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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99년 폐지했는데…입법조사처 “해외 주요국, 예외없이 ‘초보운전’ 표지 부착 강제”

입력 : 2022-09-26 16:55:59 수정 : 2022-09-26 19: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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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초보운전’ 표지 6개월 부착이 의무였던 그 시절…법이 규정했던 운전자의 준수사항
국회입법조사처 소식지 속의 ‘초보운전 표지 제도의 해외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
1990년대 있었다가 사라진 ‘초보운전’ 표지 부착 의무…‘악용’ 우려가 폐지 사유로 알려져
2018년 한때 초보운전 등 표지 부착 의무 법안 발의도…임기 만료로 폐지
초보운전자 정의 새롭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면허 취득일 아닌 운전경력 기준 부각
초보운전 표지 부착. 게티이미지뱅크

 

“제1종 보통면허 또는 제2종 보통면허를 받은 사람은 그 면허를 받은 날부터 6개월 동안 내무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초보운전자 표지를 부착하고 운전하여야 한다.”

 

1990년대 후반 도로교통법 ‘운전자의 준수사항’을 다룬 조항에 포함됐던 문구다. 이를 어길 시에는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한다’고도 했다. 물이 고인 곳을 주행할 때는 고인 물을 튀게 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거나, 차 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보다 지나치게 낮아 탑승자 식별이 불가능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똑같지만, 초보운전 표지 부착 의무를 다룬 해당 조항은 새천년이 밝아오기 전인 1999년에 없어져 역사 속의 한 페이지가 됐다.

 

1998년 말 부착 의무 폐지를 논했던 관련 검토보고서에는 ‘표지를 악용해 초보운전자의 안전운전에 장애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만 사유가 적혔다. 그 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나 본회의에서도 의무 폐지가 자세히 언급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별도 논의가 필요 없을 만큼 당시 사회 분위기가 폐지로 기운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한때 있었다가 사라진 초보운전 표지 부착 의무는 ‘초보운전 표지 제도의 해외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조사 분석 보고서가 포함된 국회입법조사처 소식지가 최근 나오면서 조명을 받았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초보운전 표지 부착이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표지를 부착하는 대부분 운전자는 다른 운전자의 양보와 배려를 구하고 이를 통해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표지 형태와 부착 여부 등이 자율에 맡겨지다 보니 개성을 담아 자유롭게 표출되면서 재미와 독창적 요소로 이목을 끌기도 하지만, 일부 표지는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시간이 흘러 네모반듯한 종이에 또박또박 쓰인 ‘초보운전’이 아닌 시중에 나온 다양한 종류의 표지는 일부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상대 운전자 공격으로 해석되는 문구가 적혀 ‘재미로 봐야 한다’와 ‘초보운전자를 배려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불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종종 충돌했다.

 

앞서 1994년 국회 내무위원회는 도로교통법 개정법률안 심사보고서에서 “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전체사고의 12.4% 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을 고려, 초보운전 표지 부착으로 타 운전자에게 초보운전자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고 알렸었다. 따라서 주변 차량 운전자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서의 초보운전 표지 언급은 ‘도로 안전’을 위해 표지 부착을 의무로 했던 1990년대 도로교통법 취지와 다소 어긋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국회에서는 일률적인 초보운전 표지 등 도입의 필요성을 부각한 바 있다.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10명이 주축이 되어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대표 발의자인 김명연 의원은 “초보운전자와 유아 동승 운전자의 차량 표지가 다른 운전자를 불쾌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며 “지방경찰청과 시장 등이 초보운전자 표지 등을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작·무상교부하고, 운전자는 이를 자율적으로 차량에 부착해 규격화된 표지로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자 한다”고 배경을 밝혔었다. 다만, 이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다른 나라의 초보운전 표지 부착 정책을 소개한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은 공통적으로 단순·기호화된 형태의 규격 표지를 운용 중”이라며 “우리는 단순히 단어를 확대·게시하는 형태에 그치면서 자동차 고유의 미적 요소를 저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보운전자임을 지나치게 드러내 운전자가 부착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은 실제 운전이 미숙한 시기에는 예외 없이 초보운전 표지 부착을 강제한다”고 부연했다. 차체에 초보운전 표지를 부착하는 프랑스 등 사례를 끌어온 뒤, 유리창 표지 부착이 일반적인 국내에서는 운전자 시야 제약으로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한편, 보고서는 현행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초보운전자를 달리 정의할 필요도 있다고 봤다. 현재는 초보운전자를 ‘처음 운전면허를 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말하지만, 면허 취득에서 실제 운전까지 편차가 있는 사례도 대다수여서 보험 가입경력을 토대로 운전경력 기준으로 새롭게 정의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서다. 그러면서 “초보운전 표지는 단순히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행의 초보운전 표지는 제각기 모양이 달라 사회적 약속이 될 수 없다”고 정리했다.

 

나아가 “초보운전 위험성과 표지 부착의 효과성이 인정된다면 법정 표지 도입으로 양식의 규격화와 부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며, 과거보다 교통문화지수가 높아진 설문조사 등을 근거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함께 언급했다. 다만, 보고서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일지라도 적용 대상자들에게는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을 위해 충분한 논의 절차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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