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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개혁 대책 쏟아내지만…‘낙하산 인사 방지’ 손 놓은 정부 [세종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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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28 14:02:42 수정 : 2022-08-28 14: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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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 부실 운영의 주된 원인인 ‘낙하산 인사’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하산 인사가 방만 경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문가들은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국회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과 관련해 지난달 생산성 제고를 위한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지난 18일에는 ‘관리체계 개편방안’을 내놨다. 지난 5년 간 공공기관 인력이 11만5000명 증가하고, 부채가 84조원이 확대되는 등 만성화된 방만 경영을 개혁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방안들에는 내년도 정원 등을 감축하고,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범위를 축소해 자율책임 경영을 확립하는 대책 등이 망라됐다. 기재부는 다음 달에는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이 대책들에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간 공공기관에서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대선 캠프 때 미디어특보로 활동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허정도 전 상임감사의 경우, 감사 분야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LH는 지난해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으로 홍역을 겪었다.

 

낙하산 인사가 가능한 건 현행 임원 선임 제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기관장 및 이사는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 정도로만 규정돼 있다. 다만 감사는 공인회계사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자격 기준으로 제시돼 있다. 후보자를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 역시 정부가 주로 임명하는 비상임이사의 권한이 커 독립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모→심사→임명’의 절차는 규정돼 있지만 얼마든지 전문성 없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공공기관 임원선임제도의 현황과 향후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각 임원별로 직위에 맞는 구체적인 선임기준을 정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을 공개하는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참석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것을 두고 여당의 태도를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정부 때 여권이 강도 높게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는데, 정권을 잡은 뒤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의원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 홍남기 전 부총리 취임 후 임명된 공공기관 비상임이사, 감사의 48.2%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어떤 측면에서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오는 게 맞을 수 있다”면서 “(낙하산 방지 방안은) 무 자르듯이 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임명권자의 의지라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 각 정당이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 태도가 바뀌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정치권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라 각 정당이 여당, 야당으로 바뀌면서 낙하산 문제와 관련해 입장이 바뀌는데, 이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면서 “정무적으로 임명할 자리와 좀 더 전문성을 고려해야 할 자리를 나누고, 정무적 자리의 경우 지나치게 자격이 미달된 사람이 임명되지 않도록 국회 상임위 차원의 비공개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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