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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받들어야” 강조했지만… 민감한 현안마다 질문 피한 尹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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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8 06:00:00 수정 : 2022-08-18 14: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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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분야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 받들어야”
민감한 현안마다 원론적 답변 그쳐
일각 “특유의 솔직함 사라져” 비판

“대통령실부터 문제 짚어보고 있다”
일부인사 교체 등 소규모 개편 시사
전문가 “당장 특별한 조치 없을 듯”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기념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낮은 지지율 상황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반성했지만, 구체적인 원인 진단과 인사 문제가 비판받는 이유와 같은 예민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필요성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을 갖고 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원론적인 답변을 두고 특유의 솔직함과 진정성으로 위기 국면을 돌파했던 과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지지율 하락과 계속되는 여당 내홍 속에 진행된 이날 기자간담회가 국정운영 돌파구 모색을 위한 계기로 삼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과 국정을 펼치겠다는 뜻을 수차례 강조했다. 취임 100일 만에 20%대로 떨어진 지지율에 대한 위기감이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에서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54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38번 언급했다.

모두발언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낮은 지지율에 대한 윤 대통령의 원인 진단과 해법을 물어보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 “지지율 그 자체보다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여러 문제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여론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사 실패가 꼽히는 이유와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이 곧바로 이어지자 “조금 전에 답변한 것으로 어느 정도 제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시 되돌아보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답했다. 지지율 하락과 인사 실패의 원인을 물어보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인사 쇄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 짚어보고 있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물갈이가 아니라 일부 자질 부족 혹은 물의를 빚었던 인사의 교체, 정무·홍보 라인 보강 등 소규모 인사 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모두발언에서는 “100일을 맞아 열린 이번 기자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언론, 국민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날 정치 현안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평가와 윤석열답지 못했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취임 100일 만이라 뚜렷하게 이슈가 될 만한 것을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실험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방향성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었지만 당대표나 여당 관련 내용은 역대 대통령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회견 답변을 봐서는 인적 쇄신도 소폭으로 할 것 같은데, 그걸 인적 쇄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당장 특별한 조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이렇게 평이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취임 100일을 계기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교양학부)도 “윤 대통령의 장점은 솔직함인데 오늘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왜 지지율이 떨어졌는지 이유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준석, 여러 지적” 질문에 尹 “정치인 발언 입장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최근 자신을 겨냥해 비판 발언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도 직접 겨냥해 여러 지적을 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집안싸움이 이어진다면 국정운영에도 상당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확전을 자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좀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이날 가처분 신청 심문 참석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제가 요즘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대통령께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실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기지는 못했다, 불경스럽게도”라며 윤 대통령에게 응수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인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도어스테핑 계속할 것… 다양한 지적 필요” 굳은 표정 일관하다 딱 한번 웃으며 답변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내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지속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만 단 한 번 활짝 웃어 보이며 “계속할 것이다.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국민에게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양복에 붉은 계열 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선 윤 대통령은 종이에 인쇄된 회견문을 읽는 방식으로 약 20분간 모두발언을 진행했다. 이후 약 34분간 이어진 취재진과 질의·응답 때에는 준비된 자료 없이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4분 더 길어졌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동안 연신 시선을 좌우로 번갈아 두며 머리를 흔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윤 대통령은 참석한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여당은 “정책 성과를 잘 설명한 자리였다”며 호평했지만, 야당은 “빈 수레만 요란했다”고 평가절하 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윤석열정부는 지난 100일간 대내외적 경제·안보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여소야대의 어려운 정치 상황에서도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국민의 열망과 기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윤 대통령은 경제정책과 세제 정상화, 첨단 과학기술과 미래산업 육성,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문화 등 지난 100일 동안 추진해온 주요한 국정과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00일 동안 정치 갈등에 가려져 있었던 정책 성과를 국민께 잘 설명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지난 정부와 결별한 정책 기조의 전환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반응은 차가웠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에 그쳤고 정작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정치적인 국면 전환, 지지율 반등 등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국정 쇄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한 뒤 “여전히 국민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 아닌지 의아하다.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7일 서울역 대합실 TV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방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도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국정 기조 전환, 인적 쇄신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은 없고 100일 동안의 국정 성과를 홍보하는 아전인수와 자화자찬, 마이웨이 선언에 그친 기자회견이었다”며 “대단히 실망스럽고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훈·조병욱·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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