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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내 ‘공판검사실’ 역사 속으로… 판·검사 유착 의혹 불식

입력 : 2022-06-02 06:00:00 수정 : 2022-06-02 09: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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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6일 이전
법원종합청사 12층 면적 절반 차지
법원 수차례 요청 끝 작년 말 합의
4층에 대기실 공간 두곳 제공 계획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서울법원종합청사의 ‘공판검사실’이 오는 7월 사라진다. 1989년 법원종합청사 설립 때부터 들어선 공판검사실은 33년간 공판검사 상주용 사무실로 쓰였다. 법원 입장에선 ‘불편한 동거’였다. 가뜩이나 청사 공간도 부족한데 재판 공정성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어서였다. 수년간 이전 요구를 해 온 법원은 해묵은 숙제를 풀게 됐다.

 

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서울고검은 오는 7월5∼6일 이틀에 걸쳐 법원종합청사 서관 12층에 위치한 공판검사실 이전 작업을 진행한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과 원만한 협조를 통해 이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판검사실 이전이 완료돼도 검찰은 같은 건물 4층에 ‘공판검사용 대기실’ 공간 두 곳을 사용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면적이 작은 편이 아니라 사무용으로도 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법원 중 유일하게 서초동 법원청사에만 남아 있는 공판검사실은 현재 청사 서관 12층의 절반가량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부장검사실 및 검사실 3곳, 기록 열람·등사실 1곳, 창고 1곳 등 410㎡(약 124평)를 사용한다. 검사실은 1984년 당시 법무부 요청에 따라 법원 청사 내에 자리 잡게 됐다. 법무부가 “법원과 검찰의 거리가 약 300m 떨어지게 돼 법원·검찰의 업무 협조에 큰 불편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 청사 내 공판검사실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요청해 대법원이 수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집주인’ 법원의 “방 빼라”는 요구가 시작됐다. 2007년 서울고법은 “법정 3곳을 신축해야 하는데, 공간이 부족해 12층 절반을 차지하는 공판검사실을 비워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그러나 ‘세입자’ 검찰은 완강히 버텼다. 당시 중앙지검은 “검사실을 옮길 공간이 없어 법원 요청을 검토조차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12년이 흐른 2019년, 집주인의 독촉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같은 해 3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노조는 “검찰과 법원은 절대 한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과거 법원과 검찰의 유착관계가 문제 돼 각급 법원의 공판검사실은 대부분 철수했는데, 서울고법에만 검사실이 남아 있다”며 퇴거 촉구 성명을 냈다. 공판검사들이 자유롭게 판사실을 드나들며 재판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인식이었다.

 

서울고법은 이에 검찰에 수차례 검사실 이전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요청 회신을 미루며 회피했다. 검찰은 “청사 설립 당시 검찰 땅을 침범해 만들어진 호송차 진입로와 공판검사실을 맞바꾼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법무부의 일방적 요청으로 설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창보 당시 서울고법원장은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공판검사실을 이전하려 수차례 협의를 요청했으나 법무부와 검찰의 협조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다”며 “의원들께서 이런 비정상적 상태가 해결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결국 ‘최후통첩’을 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에 “오는 12월26일까지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법원은 공판검사실 통로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통행로 일부를 막아 버리기도 했다. 검찰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23일 입장문을 내고 “원만한 협의로 해결할 수 있는데도 법원이 퇴거를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격화하는 듯했으나, 서울고검이 먼저 “2022년 8월 말까지 이전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같은 달 27일 서울고법이 이를 수용한다고 밝히며 갈등이 봉합됐다.  

 

현재 법무부는 법원·검찰 청사 사이 ‘형사기록열람등사센터 및 공판부관’(가칭) 설립을 준비 중이다. 2025년쯤 완공되면 검찰은 이곳을 공판검사실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지안·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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